저성장시대 저가격·소포장 유행 확산

‘경제 효율’ 챙기는 소비문화 자리잡아

2024-12-17 13:00:01 게재

사회관계망 ‘고물가’ ‘소포장’ 언급 급증 … ‘편의점 구독’ 등 짠물소비 늘어

‘저가격·소포장’이 단순 유행을 넘어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효율을 중시하는 소비방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물가’ ‘소포장’ 언급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다.

커뮤니케이션그룹 KPR부설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는 “소셜 빅데이터 623만건을 분석한 결과 ‘고물가’와 관련된 키워드(핵심어) 언급량이 2024년 1월 44만8124건에서 11월 86만2136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고 16일 밝혔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4(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상승했다. 전월인 10월과 비교하면 0.3% 하락했다.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물가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는 여전히 높은 셈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완만한 상승에도 고물가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일상생활에서 지출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많다는 게 연구소 측 진단이다.

연구소 측은 “소비자들은 저성장 상황 속에서 경제적 효율을 챙기는 소비행동을 보이며 슬기롭게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소포장과 저가격 제품을 선호하며 대형마트 푸드코트, 균일가 매장 등에서 가성비 높은 외식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소포장·저가격 소비 확산은 1인 가구 증가와 편의점 중심 상품 다각화와 관련 깊다.

소포장과 소용량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최근 6개월간 관련 키워드가 59%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키워드로 ‘가격’ ‘간편’ ‘가성비’ 등을 도출했다.

이런 행태는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요시하며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는 게 연구소 측 분석이다.

편의점 CU 구독서비스 앱 화면 사진 CU 제공

최근 직장인들은 ‘런치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점심값이 증가하는 현상)으로 외식부담이 커지면서 대형마트 냉동식품이나 푸드코트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또 뷔페레스토랑에서 모임을 계획하는 등 외식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김은용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은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은 한국경제의 저성장 고착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대신 필요한 만큼만 경제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현명한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오랜 고물가에 ‘짠물소비’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BGF리테일 편의점 CU는 “5월 구독서비스를 새롭게 단장한 뒤 구독서비스 이용건수가 60% 늘었다”고 17일 밝혔다.

‘CU 구독’은 자체 커머스앱 포켓CU에서 도시락 샐러드 즉석원두커피 등 20가지 상품영역 중 구독을 원하는 품목에 월 구독료(1000원~4000원)를 결제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정해진 횟수만큼 정기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CU 측은 “구독서비스는 평소 구매 빈도가 높은 인기 상품들을 위주로 최대 30%의 할인율로 구독료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을 절약할 수 있어 알뜰 소비자들 사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CU 구독 서비스의 연령별 이용 현황을 보면 30대 33%, 20대 30%로 MZ세대 비중이 전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소포장·저가격 소비확산이 1인 가구 증가·편의점 상품 다각화와 연관이 높다는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또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독으로 삼각김밥 김밥 샌드위치 햄버거를 25% 할인 받을 수 있는 간편식사(24.1%) 구독이 차지했다. 런치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경제적인 한끼를 찾는 소비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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