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행의 ‘중립’… 양곡법 거부, 특검법 수용?

2024-12-17 13:00:34 게재

오늘 6개 쟁점법안 국무회의 상정 안해

“이번주 중 재의 여부 최종적으로 결정”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국무회의 안건 상정을 미루면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국정운영”을 강조해온 한 권한대행은 거부권 행사를 두고 줄타기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회의 발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립적 입장에서의 국정운영”을 요청하며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편향”이라고 언급한 상황에서 한 대행으로서는 ‘중립’의 범위에 대한 판단을 요구받고 있다.

한 대행이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카드까지 꺼내들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곧 있을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까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때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내란 특검법의 경우 이미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정도 수준까지는 한 대행과 민주당 간에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한 대행은 17일 오전 열리는 국무회의에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양곡관리법, 농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 농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6개 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오전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양곡관리법 등 농업4법 개정안은 우리 시장경제 및 쌀산업의 자생력을 해치고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는 법률이고, 국회법과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를 폐지하고 또 기업의 경영비밀 자료제출까지 강제해서 해외로 산업기밀을 유출시켜 국가적 손실을 끼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양곡관리법안은 지난 2023년에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거쳐 폐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한 총리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우리 국민이 쌀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와 상관없이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하는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라며 “이번 개정안에 따른 재정부담은 연간 1조원 이상으로, 미래 농업에 투자해야 할 재원도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크고 법률 위반 소지도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이들 6개 법안에 대해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총리실 관계자는 16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판단을 하려고 하고, 기한이 남아 있는 한 정부가 국회와 소통을 하려고 한다”면서 “마지막까지 여야 의견 들은 다음 이번주 중에 재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7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 대행은 “정부는 무엇보다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면서 “오늘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확정되는 내년도 예산안이 새해 첫날부터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재정당국은 예산 배정을 신속히 마무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경제가 조기에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가 재정과 공공기관, 민간투자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내년 상반기에 집중 집행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특히 서민 생계부담 완화, 취약계층 보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첨단산업 육성 등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경제활력 확산을 위해 마련된 예산이 속도감 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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