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행의 ‘중립’… 양곡법 거부, 특검법 수용?
오늘 6개 쟁점법안 국무회의 상정 안해
“이번주 중 재의 여부 최종적으로 결정”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국무회의 안건 상정을 미루면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국정운영”을 강조해온 한 권한대행은 거부권 행사를 두고 줄타기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립적 입장에서의 국정운영”을 요청하며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편향”이라고 언급한 상황에서 한 대행으로서는 ‘중립’의 범위에 대한 판단을 요구받고 있다.
한 대행이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카드까지 꺼내들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곧 있을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까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때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내란 특검법의 경우 이미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정도 수준까지는 한 대행과 민주당 간에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한 대행은 17일 오전 열리는 국무회의에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양곡관리법, 농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 농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6개 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오전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양곡관리법 등 농업4법 개정안은 우리 시장경제 및 쌀산업의 자생력을 해치고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는 법률이고, 국회법과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를 폐지하고 또 기업의 경영비밀 자료제출까지 강제해서 해외로 산업기밀을 유출시켜 국가적 손실을 끼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양곡관리법안은 지난 2023년에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거쳐 폐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한 총리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우리 국민이 쌀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와 상관없이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하는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라며 “이번 개정안에 따른 재정부담은 연간 1조원 이상으로, 미래 농업에 투자해야 할 재원도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크고 법률 위반 소지도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이들 6개 법안에 대해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총리실 관계자는 16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판단을 하려고 하고, 기한이 남아 있는 한 정부가 국회와 소통을 하려고 한다”면서 “마지막까지 여야 의견 들은 다음 이번주 중에 재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7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 대행은 “정부는 무엇보다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면서 “오늘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확정되는 내년도 예산안이 새해 첫날부터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재정당국은 예산 배정을 신속히 마무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경제가 조기에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가 재정과 공공기관, 민간투자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내년 상반기에 집중 집행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특히 서민 생계부담 완화, 취약계층 보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첨단산업 육성 등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경제활력 확산을 위해 마련된 예산이 속도감 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