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감형 놓고 바이든-트럼프 갈등

2024-12-24 13:00:01 게재

40명중 37명 무기형으로

트럼프측 “끔직한 결정”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

다음달 정권교체가 예정된 미국에서 사형수 감형을 놓고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갈등을 빚는 양상이다. 퇴임이 30일도 안 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인 사형 찬성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에 자국내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형을 단행한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연방 사형수 40명 중 37명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측은 “끔찍한 사면 결정”이라고 곧바로 비판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나는 살인범들을 규탄하고 그들의 극악무도한 행위로 인한 희생자들을 애도한다”면서도 “나의 양심과 국선 변호사, 상원 법사위원장, 부통령, 그리고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경험에 따라 연방 차원의 사형제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확신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행정부가 내가 중단한 사형 집행을 재개하도록 그대로 둔 채 물러서 있을 수는 없다”고 사형수 감형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감형 대상이 된 죄수 대다수는 마약 밀매와 관련한 살인이나 교도관 혹은 다른 수감자를 살해한 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이들이다.

다만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범 조하르 차르나예프,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흑인 교회 총기난사범 딜런 루프, 2018년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범 로버트 바워스 등 사형수 3명은 감형 대상에서 제외됐다.

트럼프측은 강한 비판 입장을 내놓았다. 트럼프 집권 2기 행정부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내정된 스티븐 청 트럼프 대선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들(사형수)은 세계 최악의 살인범들이며, 조 바이든에 의한 이 혐오스러운 결정은 피해자, 그 가족, 피해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 대변인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은 법치주의를 지지한다. 미국인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이 백악관에 돌아오면 법치주의를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대 목소리는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나왔다.

마이크 퀴글리 연방 하원의원(일리노이)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사형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우려하지만, 전국의 법원에서 내린 판결을 행정부가 뒤집는 것 또한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문제(사형 집행)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과 그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기본적으로 감형이나 사면은 사형 선고가 부당하다고 생각될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감형은 선례가 됐고, 자신의 아들을 사면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갔다. 나는 이것이 실수라고 생각하고,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이번 감형 대상 중에는 경찰, 군인, 연방 수감자와 교도관 살해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 치명적인 강도나 마약 거래에 연루된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면서 “피해가 가족과 동료, 생존자들이 “안도와 저항,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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