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본색 드러낸 트럼프 2.0 해양정책
‘그린란드 사겠다'며 북극권 영향력 확대 시사
국제해상운송 주요 길목 파나마운하 '눈독'
미국 의회 신해양정책구상 하나씩 현실화
해양에서 다시 지정학적 쟁탈전(오션 그레인트 게임)이 벌어질까.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하나씩 드러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해양정책은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MAGA)는 선거 슬로건을 그대로 담고 있다.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운하 통제권을 다시 확립하고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며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공화당전국위원회에서 플로리다주를 담당하고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를 도운 케빈 마리노 카브레라를 파나마 대사로 임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는 카브레라를 ‘미국 우선 원칙을 위한 맹렬한 투사’로 묘사했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파나마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확립하겠다고 선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운하는 세계 해상운송량의 6%가 통과하는 해상운송의 주요 길목(초크포인트) 중 하나다.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걸프지역으로 가는 화물 비중이 높다.
트럼프가 파나마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언급한 후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주권과 독립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파나마 운하와 인근 지역은 마지막 1㎡까지 파나마 소유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가 북극해의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밝히자 덴마크는 그린란드에 대한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트로엘 룬드 폴센 덴마크 국방 장관은 최소 15억달러(약 2조1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60%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여러가지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캐나다도 자극했다.

◆트럼프, 해양 분야 관심 커져 = 트럼프가 실제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려고 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는 트럼프 1기 시절인 2019년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타진했지만 덴마크가 반발하자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북극해에 대한 전략적 관심은 그 사이 더 강화됐다. 미국의 해외 영토와 지정학적 문제를 다루는 트럼프 2기 국무장관은 미국의 신해양전략을 다듬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 플로리다)이다.
마르코 루비오는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공화당, 플로리다)과 함께 미국판 신해양전략 ‘미국 국가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을 주도했다. 이 지침은 지난 4월 민주당과 함께 초당적으로 마련했다.
트럼프 1기 국무장관 마이크 폼에이오는 2019년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북쪽 바라보기 - 미국의 북극 주목 분명하게 하기’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미국이 북극권을 선점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북극지역이 막대한 천연자원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 지정학적 대결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폼페이오의 인식은 마르코 루비오 등이 주도한 의회지침에는 안보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더해 강화됐다. 네 가지 전략적 목표를 제시한 의회지침은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의회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10가지'에서 "급변하는 북극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요인 평가"를 7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 매입을 거론하면서 미국 내 여론도 반응하고 있다. 로이터와 USA투데이는 25일 미국이 프랑스 스페인 멕시코 러시아 등으로부터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텍사스 알래스카 등을 매입한 것을 보도했다. 또 스페인-미국 전쟁을 통해 괌 푸에르토리코를 획득하고 필리핀까지 지배하며 태평양으로 진출한 사실도 거론했다. 하와이도 필리핀에서 군사작전 기지로 전략적 가치를 평가해 1898년 합병했다.
◆트럼프 직속 해양위원회 관심 = 파나마운하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트럼프가 해상운송의 전략적 가치와 해양산업의 연관효과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트럼프는 미국민들이 피흘려 건설한 파나마운하지만 운하를 이용하는 미국상선 이용료가 비싸고, 중국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경계했다. 파나마운하 주요 항구 5곳 중 2곳은 홍콩계 글로벌 항만운영사 CK허치슨홀딩스가 운영권을 갖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의회가 역시 초당적으로 마련한 미국선박법은 미국의 화물을 미국에서 만든 선박으로 미국 국기를 단 선박이 운송하는 것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정책을 담았다. 역시 지난 4월 마련한 의회의 신해양전략 지침의 연장이다.
미국선박법은 마르코 루비오 등과 함께 신해양전략을 구상한 마크 켈리 상원의원(민주당) 존 가라멘디 하원의원(민주당) 등이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만들었다.
의회지침은 "바다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고 강력한 국가가 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민간산업의 수십년간 무관심으로 미국의 조선능력과 해양노동력이 약화됐고, 이는 미국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전시에는 미군을 지원하는 미국 국기를 단 선박의 감소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특히 중국 해군과 상선 및 해양민병대는 미국 해군보다 더 많은 규모를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선박법은 의회가 당장 해야 할 일 10가지 중 첫번째로 꼽은 '대통령 직속 해양위원회' 구성을 법안 첫번째 장 '감독과 책임'에 담았다.
트럼프는 항만자동화로 인한 고용감소 등에 반발하고 있는 미국 동부항만노동조합 주장에도 힘을 실어주고 미국 연안을 운항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한 배여야 한다는 존스법도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해양정책은 한국 기업들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한화쉬핑을 설립하고 필리조선소와 넥스트디케이드를 인수한 한화그룹은 미국선박법에 따라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를 미국에서 만든 선박으로 운송할 가능성도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