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배출 온상 ‘장례식장’ 바뀐다

2024-12-27 13:00:02 게재

서울시립장례식장, 일회용기 퇴출

다회용기 사용, 폐기물 60% 감축

일회용품 배출 온상인 장례식장이 변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서울시내 전체 시립 장례식장이 일회용품 없는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27일 밝혔다.

시가 장례식장을 일회용품 우선 퇴출 시설로 정한 것은 관련 용품 배출이 가장 많은 장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회용기 사용 전 서울의료원 장례식장 한곳에서 배출된 쓰레기만 100리터 봉투 기준으로 연간 약 6000장 분량에 달했다.

서울시가 장례식장에서 1회용품 사용을 제한한다. 다회용기를 사용한 상차림 모습, 사진 보라매병원장례식장 제공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다회용기 사용을 전면 도입한 보라매병원은 이전 보다 빈소 쓰레기 배출량이 60%나 줄었다. 곳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많게는 80% 가까이 쓰레기가 줄어든 곳도 있다.

시립 장례식장에 이어 민간병원도 일회용품 퇴출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올해 7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14개 빈소 중 3곳에서 우선 시작했지만 단기간에 다회용기 이용건수가 9만5600건에 이를 만큼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장례식장은 밥 국 반찬 등을 담는 모든 용기를 일회용품으로 써왔기 때문에 전환이 쉽지 않았다.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고 일회용품 퇴출을 보다 빠르게 시행하기 위해 시는 세척업체와 협력했다. 장례식장에서 필요한 수량을 알려주면 시가 지정한 세척업체에서 용기를 가져다 준다. 다 쓴 용기 수거도 해당 업체가 담당한다. 장례식장 입장에선 별도의 수고없이 매일 새 용기를 받아 조문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 관건은 위생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각별히 신경 썼다. 미생물 검사를 진행, 민간 통용기준인 200RLU 보다 10배 높은 20RLU를 유지하는 것으로 강화했다.

사업 시작 당시 장례식장들은 회사나 상조회사에서 장례 물품 전체를 제공받는 상주들을 우려했다. 제공받는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쓰면 되는데 굳이 다회용기를 의무적으로 써야 했기 때문이다.

일회용품 퇴출 사업을 앞장서 진행 중인 보라매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3일간 장을 치르는데 들어가는 용기 비용이 많아야 8~9만원 수준으로 병원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며 “친환경 정책에 찬성하는 상주분들이 많아 큰 어려움 없이 다회용기 사용이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장·배달앱도 다회용기로 = 장례식장만큼 일회용품이 많이 나오는 곳이 배달앱과 야구장이다. 시는 장례식장에 앞서 두곳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추진했다.

서울 자치구 15곳에서 실시 중인 다회용기 배달서비스는 시행 2년만에 누적 배달 13만건, 참여식당 1969곳을 달성했다. 시는 배달앱과 연계한 이벤트 등 캠페인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잠실야구장에선 올 시즌부터 일회용기를 없앴다. 총 133경기에 다회용기 약 128만개가 사용됐고 경기당 약 9622개의 일회용기가 사라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폐기물 감축 효과가 크고 시민들 호응도 좋은 만큼 삼성서울병원도 내년부터 모든 빈소에서 다회용기를 의무적으로 사용키로 했다”면서 “2025년에는 민간 장례식장 전반으로 다회용기 의무사용 범위를 넓히는 등 일회용품 퇴출 사업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