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실손보험 개편 땜질처방 반복되나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9일 토론회를 열고 비급여·실손의료보험 개편 초안을 공개한다. 실손보험은 이미 7.5% 이상 인상률이 예고된 터라 보험업계는 물론 가입자들도 개편방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과거와 다름없는 땜질처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번 토론회 이후 5세대 실손보험이 새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야심차게 내놓았던 3세대와 4세대 실손보험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국민,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보험가입자들은 3세대와 4세대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 가입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불입하는 보험료는 늘고 혜택은 줄었다는 점이다.
과거 실손보험 개편 이후 보험료가 한때 줄긴 했지만, 이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5세대 보험료 역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공적보험인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인 실손보험 등 이중 의료보험이 오히려 국민들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근로자가 연말정산을 하면 건강보험은 전액 공제항목에 포함된다. 하지만 민영 보험회사에 가입한 보험료 공제는 보장성 보험만 100만원 한도다. 대부분 실비보험은 신용카드 납부도 안되고, 보험금을 받으면 연말정산 의료비 세액공제에서 차감된다. 정부가 실손보험 가입자를 봉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건강보험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보장률은 62.3%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6.0%에 크게 못 미친다. 민영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을 통해 건강보험의 손실을 메꿔주는 형국이다. 현재 민영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적자는 수조원에 달한다. 실손보험 적자 원인으로는 비급여 의료비가 꼽힌다. 건강보험 급여 체계와 현재 비급여 구조개선 없이는 국민의 의료보험비 부담 가중은 해소될 수 없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손해율은 2023년 118.3%에 달했다. 가입자가 보험료 100을 냈다면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118이 넘는다는 의미다. 2023년에만 이 적자가 2조원에 육박한다. 상황은 이런데 의료개혁특위에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는다. 의정갈등 때문이다. 실손보험 개편안이 얼마나 구속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가구당 지불해야 하는 의료비는 증가추세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실손보험료는 물론 건강보험료도 지불하기 어려운 가정이 늘고 있다. 여기에 의료 신기술은 나날이 발전한다. 실손보험 개편으로 이러한 문제가 단시일에 해소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있다. 실손보험가입자는 3579만명(2023년 말 기준)으로 전국민의 필수보험이라 불릴 정도다. 실손보험은 보험사도 가입자도 모두 손해라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누구 배를 불렸을까.
오승완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