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사단’ 전진 배치…대선용?

2025-01-08 13:00:03 게재

서울시 산하기관장 4명 한번에 임명

외부 영입 아닌 ‘늘공’ 참모들 기용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30일 네곳의 투자출연기관 대표를 한꺼번에 임명했다. 대상은 서울문화재단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서울디지털재단이다. 오세훈 시장이 대선 출마와 서울시장 재도전 사이에서 저울질 하고 있는 가운데 인선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6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시 신년 인사회에서 내빈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임명된 기관장들을 살펴보면 문화재단 대표에는 직전 서울시 문화수석을 맡았던 송현종씨가, 디지털재단 이사장에는 서울 관광재단 본부장을 지낸 김문기씨가 각각 임명됐다. 또한 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최항도 전 서울시 기조실장이 차지했고, 주택도시공사(SH) 사장은 공사 출신 황상하 전 기획경영본부장이 임명됐다. SH 사장은 주로 외부영입인사가 맡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엔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로 박정숙 전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위고) 사무총장이 임명됐다. 오 시장과 과거 방송 프로그램 출연 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김미라 서울여대 교수도 서울시평생교육원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최근에 이어진 인사는 정치인이나 외부전문가를 쓰던 기존의 오 시장 인사스타일과 다르다. 측근이거나 늘공 출신 참모의 기용이 눈에 띈다. 황보연 전 서울시경제실장을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으로 발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랜 기간 진용 갖춰 온 것” =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장에 오세훈 사단이 전진 배치된 것을 두고 다가올 대선을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자신과 인연이 없는 전문가들을 기관장에 임명하는 인사 스타일로 눈길을 끌던 오 시장이 적극적인 ‘코드 인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 핵심 참모인 강 명 전 서울시 정무수석이 서울시 50플러스재단 대표에 임명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됐다.

다만 이와 다른 해석도 있다. 지난해 서울시 정책·사업 씽크탱크인 서울연구원장에 오 균 전 국무조정실 1차장을 임명한 사례나 오 원장에 앞서 국가통계청장 출신인 박형수 전 서울연구원장을 기용한 것에서 드러나듯 여전히 전문가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박 전 원장은 원장직을 마친 뒤에도 서울시 정책특보를 맡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측근 인사를 전진배치한 것은 맞지만 최근 들어 급증했다기 보다 지속적으로 진용을 갖춰왔다고 보는 게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시장 임기가 1년 반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평균 임기가 3년인 기관장 자리에 선뜻 올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대선을 준비하는 단체장이 본인과 임기를 함께 할 수 없는 기관장을 대거 임명했다는 점에서 대선용이라기 보다는 측근 챙기기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상 대선을 대비하려면 캠프 준비에 치중하고 사람도 그쪽에 주로 배치한다”며 “하지만 최근 기관장에 임명된 이들 또한 주요 측근들임을 감안하면 대선과 시장 선거 사이에서 오 시장의 고민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 연말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도전과 관련한 질문에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최근엔 자신의 대선 도전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되는 것에 대해 반박하며 “시장 임기를 마치는 것이 뽑아준 시민들에 대한 도리”라며 직원들을 향해서도 “(저의) 대선 출마는 상수가 아닌 변수이니 동요하지 말고 각자 업무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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