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앞두고 농산물 가격까지 들썩 … 무 77% 급등

2025-01-08 13:00:04 게재

‘고환율’에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도 올라

김, 굴비 등 설 명절 수산물 가격도 오름세

정부, 상반기까지 수입과일 10종에 할당관세

주요 해외IB들도 한국 물가전망 일제히 높여

물가 상승세는 석유류뿐만이 아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각종 성수품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산 과일을 대체하던 바나나, 망고 등 수입과일 가격까지 고환율에 꿈틀대고 있다.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입산 과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상반기까지 연장하고, 주요 성수품에 대해선 비축분을 풀고 할인지원 행사 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일부터 오렌지,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수입 과일류 10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최근 물가 오름세가 심상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물가기류 이상’ 판단 = 앞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사과와 배 등 국내산 과일 가격이 오르자, 대체용 수입과일에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까지였던 적용 기한은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연말까지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이어 최근 귤과 딸기 등 제철 과일 가격이 급등하자 결국 올해 상반기까지 추가 연장을 결정했다.

할당관세는 수입과일의 가격안정에 효과를 보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바나나 100g 당 소매가격은 282원으로 1년 전(317원)보다 11% 저렴하다. 파인애플과 망고 등도 대체로 15% 안팎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수입과일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60~1470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1년11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관세청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 118.8(2020년=100)로 전년 같은 달보다 5.8% 올랐다.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상승한 것은 지난 2022년 12월(11.1%) 이후 처음이다.

설날 앞두고 배추·무 가격 강세 설을 앞두고 일부 농산물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명절 성수품도 오름세 = 명절 성수품인 김과 굴비, 건멸치 등 수산물 가격도 설을 앞두고 오름세다. KAMIS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마른김(중품) 10장 소매 가격은 1432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6.8% 비싸게 거래됐다. 굴비(8.3%), 건멸치(14.7%) 등 명절에 자주 쓰이는 품목 가격도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서도 무는 1개에 3330원으로 1년 전 대비 84.3% 급등했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은 5211원으로 1년 전보다 64.8% 급등했다. 배(10개)는 4만2290원으로 전년 대비 25.6% 뛰었다. 이미 상승한 농축산물 가격이 폭설과 한파로 더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 물가당국의 설명이다.

공산품도 예외가 아니다. 식품회사인 대상은 설 연휴를 앞두고 원자재값 상승 등을 이유로 마요네즈·후추 등 소스류 제품 가격을 평균 19.1% 올리기로 했다. 식품업계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2~3개월분의 원자재를 미리 확보해놓는 식품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제품 인상 대열에 동참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 기준 포카리스웨트 캔(240ml)은 16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랐다. 동아오츠카의 탄산음료 데미소다도 1600원에서 1700원으로 100원 인상됐다. 방한 외국인들이 꼭 사 간다는 바프 역시 가격을 인상했다. 편의점 판매용 수입맥주도 가격을 인상, 4캔 1만3000원 시대를 예고했다.

◆물가 전망치 상향조정 = 환율 급등에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도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JP모건과 HSBC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말 각각 1.7%와 1.9%에서 12월 말 나란히 2.0%로 상향 조정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최근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9%로 전월(1.5%)보다 0.4%p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의 환율 상승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05~0.1%p 정도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올해 1.8% 물가 상승률을 예상했던 정부 전망도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의 버티기로 내란사태가 장기화조짐을 보이며 물가에도 악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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