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파에 화재까지…종로구 대책마련 분주
청계천변 공구상가 77개 점포 피해
민·관 협업강화, 피해복구·일상회복
“소방차가 30대나 왔다는데 사다리차 한대가 없었어요. 소방호스로 진화를 하는데 불씨 날리고 연기 때문에 안쪽으로 진입을 못해요. 그러는 사이에 홀랑 타버렸죠.”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장사동 기계공구상가. 경찰 통제선 안쪽으로 까맣게 타버린 건물 잔해와 함께 통로 지붕까지 무너져 내린 골목이 보인다. 삼삼오오 모여 있던 주민들은 “사다리차가 출동해서 위에서 물을 내려쏘았더라면 금세 진압이 됐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확인차 나선 구 관계자들은 “휴일 새벽이라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9일 종로구에 따르면 올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예고된 가운데 상점가와 주택 등 지역 곳곳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민과 상인들 체감 피해가 커 지원과 추가 피해 예방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겨울철은 날씨가 건조하고 난방기기 사용이 늘어 연중 화재 발생이 가장 빈번한 계절이다. 종로구만 해도 지난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화재 48건이 발생했다. 야외 화재가 8건(16.7%)으로 가장 많았고 공동주택과 일반 업무시설이 각 6건(12.5%)으로 뒤를 이었다. 절반 가까운 21건(42.9%)이 전기에 의한 사고였고 부주의가 17건(35.5%)이었다.
올 겨울 들어서도 지난해 12월 4일 창신동 아파트, 12월 14일 관철동 상가 식당, 12월 27일 창신동 한옥에 이어 지난 5일 장사동 상가까지 벌써 네번째 화재가 이어졌다. 그 중 장사동은 규모가 가장 크다. 휴일인 새벽 3시 13분쯤 불이 나 청계천로 139-2 일대 근린생활시설에 몰린 90여개 점포 가운데 69개가 전소했다. 절반 혹은 부분적으로 피해를 입은 점포가 각각 4곳씩으로 총 피해는 77곳에 달한다. 구 관계자는 “상가 옆쪽 호텔 창문이 녹아내릴 정도로 피해가 컸다”며 “화재현장에서 육안으로 확인한 자료라 피해 점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구는 재난 수습지원과 함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긴급 지원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문헌 구청장 등이 7일 현장을 둘러보고 건물주·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우선 사업장별로 긴급복구비용 200만원을 지급하고 이자가 2.0%로 저렴한 재해중소기업자금 융자를 연계할 방침이다. 상인들 요청에 따라 세금 감면이나 납부기한 연장, 끊어진 전선 복원 등을 위한 관련 기관 협업도 이어간다. 정문헌 구청장은 “상인들이 하루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 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추가 화재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들과 함께 예방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가을부터 전통시장 요양병원·시설 쪽방촌 등 상대적으로 화재에 취약한 시설별 문제점을 파악하고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모색하며 겨울을 준비해왔다. 대규모 점포와 상점가 등을 포함해 지난 연말까지 4개월에 걸쳐 점검을 하고 피난안내도 설치, 위기상황 대비 대응훈련 시행, 피난경로 확보 등 지적사항을 이행하는지 살피고 있다.
주민 대상 홍보전도 이어간다. 전기기구를 사용하지 않을 때 전원 끄기, 가스 석유 기기 안전확인, 가정에 적합한 소화기 비치와 사용법 익히기 등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경제 위기에 화재 사고까지 더해져 주민과 상인들 상심이 클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한편 각종 재난안전 피해 예방을 위한 민·관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