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와 전쟁 나선 축산업 ②
환경오염 논란 ‘축산분뇨’ 퇴액비·고체연료로 변신
농협축산경제, 경축순환농업으로 지속가능한 축산업 구현 … 경작지 감소 대응, 에너지 자원화 추진
가축분뇨로 인한 주변 주민들의 냄새 민원이 계속되는 가운데 환경오염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축산업계는 물론 정부, 농협 등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경축순환농업, 조사료 생산, 고체연료화에 주목한다.
9일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축산경제) 등에 따르면 경축순환농업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대표적 사례다.
이는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를 퇴비나 액비화(퇴액비)해 농경지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경종농가에 양분으로 공급하고, 경종농가에서 발생한 농산부산물 및 조사료 등을 사료화해 축산농가에 공급하는 구조다.
경축순환농업은 오염원이 되는 가축분뇨를 자원화해 화학비료를 대체하기 때문에 농축산업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된다. 즉, 생물다양성 증진, 경관 보전 등은 물론 악취와 미세먼지 저감 등에 효과가 크다. 또 미생물을 활성화해 지력을 향상시키는 토양개량 효과도 크다.
◆2012년 가축분뇨 해양배출 전면 중단 = 과거 국내에서는 상당량의 가축분뇨를 바다에 버렸다. 하지만 2006년 3월 ‘폐기물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이 발효되면서 처리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정부는 2007년부터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가축분뇨와 하수의 해양배출 감축 대책을 수립해 추진했다. 그 결과 2012년부터 해양배출이 전면 중단됐다. 현재 가축분뇨 처리는 크게 정화방류와 가축분뇨 자원화로 이뤄진다.
육류소비 증가로 인해 국내 가축 사육두수가 증가하면서 가축분뇨 발생량도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로 2008년 4174만톤이었던 가축분뇨 발생량은 2023년 5087만톤으로 22% 가량 늘었다. 2023년 발생량 중 4313만톤(84.9%)은 퇴·액비로 자원화했고 77만톤(15%)은 정화처리, 7만톤(0.1%)은 자연증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축협은 현재 액비유통센터 4곳을 포함 32곳의 자원화시설과 퇴비유통전문조직 66곳을 운영한다.
축산경제는 축산자원기반조성 자금을 통해 축협 자원화시설의 고품질 퇴·액비 생산 및 유통기능 강화 및 축협 퇴비유통전문조직의 교반·수거·살포 등 사업실적 제고를 위해 자금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2019년 퇴비유통전문조직 지정 시 지원받은 뒤 노후화된 차량 및 장비에 대한 교체·보수 지원으로 퇴비유통전문조직의 내실화를 추진한다.
한편, 현재 177개 농협과 29개 축협이 맺고 있는 경축순환협약을 위해서도 기능 강화 및 내실화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고, 조사료 전문단지 퇴액비 공급 및 퇴액비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홍보를 강화함으로써 에너지화 등 비수기 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다.
◆가축분뇨 정화수, 정원수·청소용수로 사용 = 지난 2022년 ‘축협 경제사업 우수사례 평가대회’에서 축산환경 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한 제주양돈농협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회는 각 축협의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우수사례에 대한 벤치마킹을 유도하기 위해 농협경제지주 축산기획부 주최로 매년 개최된다.
제주양돈농협은 가축분뇨공동자원화공장을 설립해 제주지역 양돈농가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질 좋은 퇴비와 액상 비료로 만들어 활용한다. 또 매일 공장으로 들어오는 분뇨 절반가량은 정화해 깨끗한 물로 만들어 청소용수와 정원수 등으로 이용한다.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공장은 지난 2019년 문을 열었다. 공장은 소독조, 원수투입·고액분리실, 액비화조, 막분리조, 원수처리조, 퇴비장, 악취저감장치, 실험실, 전기실, 관리실 등을 갖추고 있다.
공장은 매일 113개 양돈농가에서 수거한 300톤의 분뇨가 정화수 148톤과 액비 148톤, 퇴비 22톤으로 재탄생한다. 공장에 들어가는 차량은 정차 후 완전 밀폐소독으로 사전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고, 중앙통제실은 컴퓨터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PLC(자동제어시스템) 제어가 이뤄지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악취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했다. 또 악취를 차단하기 위해 공장에 스피드도어와 에어커튼을 설치했다.
특히 양돈농장 100여곳의 가축분뇨가 공장에서 액비는 물론 정화를 통한 악취 저감과 재이용수로 처리되면서 축산의 부정적 이미지와 인식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제주양돈농협은 ‘2024년 가축분뇨 퇴·액비 품질평가’에서 액비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농협경제지주는 자원순환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가축분뇨 자원화를 선도하는 우수 퇴·액비 생산 축협을 발굴해 시상하고 있다.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도 커 = 축산분뇨 퇴비화는 환경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도 크다. 화학비료의 주원료는 암모니아·요소·인광석·염화칼륨·유황 등이다. 이 가운데 유황을 제외한 원료를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2022~2023년 국제 비료 원재료 공급망 위기로 국내 비료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는 중국이 비료 원자재로 쓰이는 인산이암모늄(DAP) 수출 통제에 나서며 공급대란 우려가 제기되는 등 원가 폭등의 위험을 반복하고 있다. 화학비료가 농업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가축분뇨를 자원화해 이를 대체함으로써 농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농협의 ‘들풀이용 확대운동’ 눈길 = 이런 노력에도 가축분뇨를 활용해 자원화된 퇴비와 액비를 소비할 수 있는 경지면적이 감소하면서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장기적으로 수요처 확보에 어려움이 나타날 전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지면적은 2002년 약 186만ha에서 2022년 약 150만ha로 줄어들며 20년간 19.4% 감소했다. 오는 2030년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약 134만ha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축산경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들풀이용 확대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축분퇴비를 하천이나 간척지 등의 들풀에 뿌려주고, 들풀이 다 자라면 이를 사료자원(조사료)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축산경제는 올해 전국 하천부지 2200㏊에 조사료 생산기반을 조성한다는 목표였다. 이는 연간 조사료 1만32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면적으로 한우 9500마리가 1년간 섭취할 수 있는생산량이다. 조사료 생산은 축산분뇨의 환경 친화적 처리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국제 곡물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이를 사료로 활용하는 한우 등 축산물생산비가 상승했다. 버려진 토지를 이용해 조사료를 생산하는 ‘재활용’ 방식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생산량 감소가 장기화되고 있어 압박은 나날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분리·건조·성형 통해 고체연료화 = 한발 더 나아가 축산경제는 가축분뇨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축분뇨를 분리·건조·성형해 고체연료로 만든 것이다. 가축이 배설하는 분뇨는 80%이상이 유기물로 구성돼 연소가 가능하다. 특히 소똥은 풀사료나 볏짚과 같은 가연성 섬유소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연료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소분뇨를 활용한 고형연료는 축사에서 갓 수거한 소똥을 압착해 수분을 줄이고 환 모양 펠릿을 만드는 장치에 넣고 가공하면 고형연료가 완성된다.
국내에서 소똥은 매년 2200만톤 정도 발생하며, 이중 97%는 퇴비로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하천 변에 방치된 퇴비가 녹조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축산경제는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남부발전과 서울 종로구 농협카드 본사에서 ‘가축분 고체연료 활용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온실가스 발생 등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 수계지역 수질 개선 및 녹조 예방 등을 위해 발전소 등의 가축분 고체연료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기획됐다.
협약에 참여한 기관들은 2030년 소똥으로 만든 고체연료를 하루 4000톤씩 발전에 사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매년 자동차 110만대분의 온실가스(연간 160만톤)를 감축한다는 구상이다.
안병우 농협 축산경제 대표이사는 “농·축협의 가축분뇨 고체연료 전환 수요도출로 시설확대와 함께 기존 시설의 운영 안정화를 지원하겠다”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을 위해 가축분뇨의 적정한 처리와 자원화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전국 최초로 우분 고체연료화 실증사업을 시작한 전주김제완주축협도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조합은 김제·완주 자원순환센터에서 우분을 톱밥, 왕겨 등 보조원료와 섞어 품질 기준에 적합한 고체연료를 하루 8톤 가량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조합은 새만금 유역의 주요 수질오염을 낮추는 것은 물론 가축분뇨를 새로운 자원과 소재로 만들고 있다.
◆“자원으로서 가치 충분한 가축분뇨” = 이런 노력에도 가축분뇨의 에너지화 등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축산업계 등에서는 가축분뇨 에너지화를 활성화하려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상향 조정해 에너지화사업의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인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공급했음을 증명하는 증서다.
한국수력원자력·한국남동발전 등 50만㎾ 이상의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올해 기준 총 발전량의 13.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이때 의무공급량이 부족하면 다른 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해 충당할 수 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도입으로 가축분뇨 고체연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문제는 제도적 소외로 인해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체연료의 경우 국내산 목재펠릿보다 약 40%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은데다 환경문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하지만 REC 가중치로 인해 연료선택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체연료 REC 가중치는 목재펠릿의 1/3 수준이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가축분뇨에 낮은 가중치를 적용한 것에 대해 축산업을 홀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많은 사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 에너지화를 활성화하려면 가중치를 최소한 목재펠릿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