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공 들이니…’ 서울 미세먼지 ‘뚝’

2025-01-10 13:00:46 게재

지난해 대기질, 관측 이래 최저치

‘기상 영향+일관된 정책’ 힘 발휘

환경단체 “목표 높이고 후속대책”

지난해 서울 대기질이 관측 이래 가장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의 일관된 정책과 시민 협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시에 따르면 서울 대기질은 최근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는 2008년 26㎍/㎥ 대비 약 32% 감소한 17.6㎍/㎥ 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상태가 ‘좋음(0~15㎍/㎥)’인 날은 176일로 2008년 86일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나쁨(36~75㎍/㎥)’ 단계를 넘어선 일수는 1/3로 줄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는 중국 영향이 크다. 기상 영향으로 대량의 중국발 미세먼지가 날아오면 손 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자체 대기질 개선 노력과 동풍이 잦아들면서 서울 공기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기질 개선 성과를 ‘기상’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고 말한다. 공공과 시민의 지속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관측 이래 최저치라는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시는 그간 시민들의 협조 속에 다양한 대기질 개선 사업을 벌여왔다.

서울시 미세먼지 정책은 오세훈 시장이 처음 취임했던 2007년 시작했다. 경유버스를 없애는 정책을 추진했고 2014년 모든 시내버스가 압축천연가스(CNG)로 전환됐다. 노후경유차를 조기에 폐차하거나 매연저감장치를 부착하는 저공해 사업을 통해 20년 동안 52만대를 조치했다. 5등급 경유차의 도심 통행을 제한하는 녹색교통지역,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철을 집중 관리 기간으로 정한 ‘계절관리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친환경보일러 전환 사업도 한몫 했다. 친환경보일러는 일반보일러보다 질소산화물 배출이 88% 적다. 교체 지원금을 통해 약 41만대의 친환경보일러를 설치했다. 보조금 지원을 통해 전기·수소 등 친환경차를 집중 보급했고 건설사업장들에 대해서는 오염물질 총량제 등 강도 높은 단속을 실시했다.

최근에 가장 관심을 끈 서울시 녹색정책은 기후동행카드다. ‘무제한 정기권’이라는 사업 모델 덕에 카드 이용자들의 대중교통 이용량이 월 평균 42회에서 66회로 늘었다.

지난해 서울지역 초미세먼지가 2008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맑은 하늘 모습. 사진 서울시 제공

◆시장 바뀌어도 미세먼지 정책은 유지 = 서울시가 이처럼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지만 대기질 개선의 가장 큰 동력은 ‘정책의 일관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세훈 시장 첫 임기인 2007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대기질 개선 사업은 박원순 시장 시절에도 가장 핵심 사업으로 추진됐다.

박 전 시장 시절 서울시는 전임 오 시장 역점사업 대부분을 폐기했지만 미세먼지 정책만큼은 계승했고 되레 예산과 사업 분야를 큰 폭으로 확대했다. 2021년 보궐선거로 다시 돌아온 오 시장은 윤석열정부의 소극적 기후정책 와중에도 대기질 개선 사업에 힘을 실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서 부침을 겪은 원전정책 에너지정책 등과 달리 20년간 꾸준히 추진해온 것이 서울 미세먼지 개선의 가장 큰 동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강도 높은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 방법이 오염원의 저감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보다 강력한 저감 대책을 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표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WHO가 제시하는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5㎍/㎥)에는 한참 못미치기 때문이다.

이민호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행동팀장은 “광화문 등 도심에만 적용하는 녹색교통진흥구역을 여의도와 강남으로 확대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며 “친환경보일러도 장차 기후위기 대응까지 감안한 히트펌프 보급으로 바꾸는 등 더욱 획기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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