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결집에 고무된 국민의힘, 잇단 ‘무리수’
김민전, 국회에서 ‘백골단’ 소개 회견 주선했다가 사과
권성동, 쌍특검 찬성 김상욱에 탈당 요구 … “양심 침해”
12.3 계엄 사태 이후 한 달을 넘기면서 보수 결집 현상이 두드러지자, 국민의힘도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계엄에 분노한 여론 눈치 보느라 급급하다가 보수 결집 기류에 자신감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자신감이 넘치다보니 잇단 무리수도 자초하고 있다.
보수단체들의 탄핵 반대 집회에 수차례 참석했던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칭 반공청년단이라는 흰색 헬멧을 쓴 청년들을 소개했다. 반공청년단은 “우리는 민노총의 대통령에 대한 불법 체포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 청년들”이라며 “조직의 공식 명칭을 반공청년단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백골단은 반공청년단의 예하 조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과 여론의 반응은 냉랭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김민전 의원은 백골단이라고 하는 정치깡패의 부활을 알린 것”이라며 “정치깡패 동원은 헌법과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국민의힘에 김 의원의 제명을 요구했다.
김 의원측도 논란이 확산되자 뒤늦게 사과했다. 김 의원측은 “김 의원은 한남동에서 만났던 여러 청년들의 열정에 감동해 이들을 돕고자 하는 선의에서 기자회견을 주선했다”며 “다수 윤 대통령 지지 청년들의 입장을 제대로 읽지 못함은 물론 기자회견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당론과 달리 쌍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진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원내지도부는 김 의원에게 상임위(국회 행안위)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행안위는 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을 담당한다. 국민의힘 핵심지지층인 보수층에서 당내 탄핵 찬성파를 겨냥해 “당에서 나가라”고 요구하자, 당 지도부도 이들 보수층의 눈치를 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고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상임위를 뺏는 건 의원의 양심과 소신을 침해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김 의원은 9일 “헌법과 국회법, 당헌·당규에 국민의힘은 당론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표결하게 돼 있다”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비록 소수지만, 남아서 당이 바른길로 가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탈당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국회법 제114조 2항에 보면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서 투표한다고 돼 있다”며 “(국민의힘) 당헌 60조에 보면 국회의원은 헌법과 양심에 따라 국회에서 투표할 자유가 있다고 돼 있다. 당헌과 국회법에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투표하도록 돼 있는데 그러면 이것을 부정한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 45명은 지난 6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한남동 관저에 집결하기도 했다.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걸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진보당은 9일 관저에 집결한 45명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진보당은 “국민 누구도 영장 집행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고 있는데, 국민의힘만 궤변을 늘어놓으며 이를 방해하고 지연시키고 있다”며 “이는 내란을 옹호·선동하고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며, 더 나아가 범인 윤석열을 숨겨주는 데 동조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