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희망퇴직 줄이어…사람도 점포도 급감
올해 5대 은행서 최대 2000명 넘게 떠날 듯
은행권, 최근 10년간 인원·점포수 급감 지속
여수신 규모는 두배 증가…모바일뱅킹 확대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이 올해도 줄을 잇고 있다. 5대 시중은행에서만 최대 2000명 이상 짐을 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10년간 시중은행은 지속적으로 인원과 점포를 줄이고 있다. 이에 비해 예금과 대출 규모는 두배 가까이 불어나 덩치가 커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이달 초 올해 희망퇴직자 모집을 통해 540여명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30여명 많은 규모이다. NH농협은행도 390여명이 희망퇴직을 통해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농협은행도 지난해 대비 20여명 이상 늘어난 규모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도 최근 퇴직 희망자 접수를 끝내고, 최종 선별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도 지난해(670여명) 규모와 비슷하거나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이번 주 희망퇴직 접수를 마무리하고 확정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25명과 362명이 희망퇴직을 통해 퇴사했다.
이처럼 주요 5대 은행 희망퇴직 규모가 대부분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체 인원은 200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이들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통해 나간 인원은 전년 대비 20% 가량 감소한 1960여명에 달했다. 금융당국이 막대한 이자수익으로 36개월 안팎의 희망퇴직금을 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조건을 30개월 수준으로 낮췄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올해도 이들 은행은 희망퇴직 조건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내걸었지만 대상이 확대되면서 인원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부분 은행은 40대 초반까지 대상을 확대하면서 희망퇴직이 더 이상 정년을 몇년 앞둔 50대 직원에 국한하지 않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입사한지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데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에 퇴사해 다른 은행이나 업종으로 이직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하는 일반은행의 임직원과 점포수가 최근 10년 동안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임직원은 2014년 8만6881명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7만6783명으로 1만98명(1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점포수는 5487개에서 3852개로 29.8%(1635개) 급감했다.
이에 비해 정부가 소유한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은 2014년 점포수가 2070개에서 지난해 3분기1997개로 73개 감소하는 데 그쳤다. 임직원수는 같은 기간 3만2032명에서 3만7164명으로 오히려 16.0%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예금은행의 주된 업무인 여수신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와 정반대 흐름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2014년 총수신 규모는 140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616조2000억원으로 8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대출금 규모도 1250조1000억원에서 2380조4000억원으로 90.4% 증가했다.
은행권의 모바일뱅킹 건수와 금액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점포와 인력을 대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2~2023년도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모바일 뱅킹을 포함한 인터넷뱅킹으로 자금이체와 대출신청을 한 건수는 하루 평균 2265만건으로 전년 대비 14.9% 늘었다. 이용금액도 82조56억원으로 7.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