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정보, 인증 신뢰성 낮아”… ISSA 5000 도입 논의 시점
국내기업 인증기준 제각각, 글로벌 추세와도 차이
ESG 정보, 투자자·이해관계자 신뢰 받기 어려워
최운열 “신뢰 확보 위해 인증 중요성 갈수록 커져”
기업들이 지속가능성(ESG, 환경 사회 지배구조) 공시를 확대하고 있지만 공시 정보를 인증하는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정보의 신뢰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가 지난해 11월 ‘국제지속가능성인증기준(ISSA) 5000’ 최종기준을 발표하고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가 기준에 대한 지지표명을 하면서 ISSA5000이 앞으로 국제기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국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ESG 정보 인증기준은 IAASB가 제정한 ‘ISAE 3000’과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가 개발한 ‘AA1000AS’ 등이다.
9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ISSA5000 주요 내용 및 영향 분석’을 주제로 한 제15회 지속가능성인증’ 포럼을 개최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온 권세연 이화여대 교수와 선우희연·김예원 세종대 교수는 “회계 감사에 비춰볼 때, 기업 공시의 신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 중 하나는 정보공시에 대한 인증”이라며 “기존에 널리 쓰인 ISAE 3000의 경우 비재무정보를 위한 인증기준이지만, ESG 정보에 특화된 인증기준이라고는 할 수 없고 ISSA 5000은 보고 주제, 준거기준, 인증인 등과 무관하게 모든 지속가능성 정보 인증에 적용하는 포괄적 기준”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공개된 ISSA5000 초안을 기준으로 대형 회계법인(빅4)과 중견회계법인, 비회계법인 인증기관, 상장회사 협의회와 중견 상장사들을 인터뷰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회계법인과 비회계법인 인증법인에서는 “현재 인증제도 하에서는 인증에 대한 신뢰성이 낮은 편으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증이 의무화되고, 관할 당국의 관리 및 인증 실패에 대한 책임도 가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인증 의무화 도입 여부에 대한 관할 당국의 명확한 입장이 중요하고, 특히 지속가능정보 보고 로드맵에 인증관련 내용도 포함되기를 희망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과 로드맵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ESG 정보 인증은 국제적인 추세와도 차이가 크다. 지난해 국제회계사연맹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주요 국가에서 지속가능성 공시를 하는 대기업의 약 72%는 ISAE 3000 기준으로 인증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기준으로 2019년 지속가능보고 인증을 받은 기업 중 88%는 ISAE 3000을 인증기준으로 보고서가 작성됐고, 2022년에는 92%로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AA1000AS 또는 ISO14064 등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준을 활용하는 비율이 2022년 기준 77% 이상이다.
주로 비회계법인 인증기관들이 AA1000AS 또는 ISO14064 등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권 교수 등은 “지속가능보고 인증을 받은 기업의 지속가능보고 비율은 2019년 93%에서 2021년 100% 수준에 이를 정도로 국내에서는 인증이 필수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인증 받은 보고서들 중 대다수는 AA1000(2022년 35%)이나 ISO14064(2022년 42%)를 활용해 인증을 받고 있으며, ISAE 3000을 활용하고 있는 비율은 2022년 현재 13%로 매우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투자자, 정책 입안자 및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이 지속가능경영 정보에 대한 기업의 성과에 대한 더 높은 품질, 더 중립적이며 포괄적인, 더 표준화된 인증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IAASB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기준은 이미 13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황으로, IAASB는 인증기준 제정에 관해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ISSA 5000을 기반으로 한 인증기준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크다. 유럽연합위원회는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에 따라 지속가능보고에 대한 인증기준을 설정할 때, ISSA 5000을 채택하거나 ISSA 5000에 기반을 둔 자체적인 인증기준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은 ISSA 5000에 준하는 자체적인 인증기준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 교수 등은 “현재 도입이 다시 불명확해지고 있는 미국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주요 무역상대국들은 전부 지속가능보고 및 인증 도입에 관한 타임 테이블이 공표된 상황”이라며 “각국에서 지속가능보고에 대한 인증기준(ISSA 5000으로)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 단계에 있고, 수출기업들의 경우 지속가능보고 인증에 대한 필요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므로 인증기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보고에 대한 인증제도 및 ISSA 5000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날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가 확대되면서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가능성 인증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ISSA 5000을 심도 있게 살펴보는 것은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및 인증의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나아가 지속가능성 정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고품질의 지속가능성 인증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