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일본 ‘지방소멸2’ 보고서의 새로운 교훈
2024년 11월 말 일본에서 ‘지방소멸2’가 출간되었다. 2014년 ‘지방소멸’이 세상에 나온지 10년 만의 후속작이다. ‘지방소멸’은 민간 전문가그룹에서 인구감소 정책을 제언한 보고서에서 연유한다. 일본생산성본부는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를 그랜드디자인해야 한다고 보았고 그해 5월 마스다 가츠야(增田寬也) 전 총무대신을 좌장으로 하는 ‘일본창생회의’를 발족했다.
2014년 5월 인구문제를 다룬 보고서인 이른바 ‘마스다 리포트’(원제 ‘stop 저출산, 지방활력 전략’)가 발표됐다. 곧 ‘지방소멸’의 타이틀로 출간되었고 2015년의 신서대상에 선정되는 등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지방소멸의 관점은 일본정부로 흡수되어 지방창생 전략이자 종합정책 플랜으로 추진되었다.
2023년 7월 기시다 총리는 인구전략회의를 설치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구감소시대에 대비하는 대응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마스다 역시 부의장으로 참여하면서 종래 일본창생회의 활동을 승계 발전시키는 형태를 띠었다. 2024년 1월에 그간의 논의를 정리한 ‘인구비전 2100’을 권고안으로 발표했고 세부 분석 리포트가 공표되었다. 이를 ‘신 마스다 리포터’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지방소멸2의 출간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방소멸2는 10년 전의 논의를 기반으로 그간의 환경변화를 분석하고 상황적합적 정책대응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도쿄 일극집중이 불러오는 인구급감’(지방소멸1)에서 ‘가속하는 저출산과 새로운 인구비전’(지방소멸2), ‘안정적이며 성장력있는 8000만명 국가로(인구비전2100)’라는 부제에서도 그 변화가 감지된다.
이동가정인구와 봉쇄인구를 종합적으로 평가
지방소멸이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것은 수많은 지자체가 사라진다는 ‘소멸가능성’ 지표 때문이었다. 소멸이 주는 공포감이 실제 나타날 수 있다는 현실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2010년에서 2040년에 걸쳐 20~39세 젊은 여성인구가 50% 이하로 감소하는 기초지자체를 ‘소멸가능성 지자체’로 정의했다. 출생률 1.4가 지속되면 대략 30~40년 후 해당 지역의 젊은 여성은 현재의 50% 이하로 감소된다는 가정 하에 일본 1799곳 기초지자체를 살펴보니 896곳이 소멸가능성 도시에 해당되었다.
10년이 지난 시점에 인구전략회의는 2020년부터 2050년을 대상 기간으로 해 그 수치를 새롭게 산정했다. 그 결과 지난번에 비해 152곳이 감소한 744곳으로 나타났다. 기존 239개 지자체가 빠지고 99개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일부 향상된 수치가 나타났지만 여전히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분석에서 새롭게 추가된 개념은 ‘봉쇄인구(封鎖人口)’다. 지방소멸1에서는 인구의 사회적 이동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젊은 여성이 진학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타 지역으로 전출하는 것으로 전출이 많은 지역이 지방소멸로 나아갈 수 있다는 논리였다(이동가정인구).
봉쇄인구는 사람이 태어난 지역에서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출생률과 사망률로 판단하는 지표로 지역 본래의 지속가능성에 가깝다. 지방소멸2에서는 사회적 증감(이동가정인구)과 자연적 증감(봉쇄인구)을 종횡의 축으로 활용해 유형화를 시도했다. 2020년도 지자체의 인구를 기준으로 2050년도의 이동가정인구와 봉쇄인구를 산출하고 이 수치들의 조합에 따라 크게 4가지 성격의 지자체, 총 9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먼저 ‘자립지속가능성 지자체’다. 이동가정인구와 봉쇄인구 모두 감소율이 20% 미만인 지자체로 100년 이후에도 지속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두번째는 ‘블랙홀형 지자체’다. 봉쇄인구 감소율은 50% 이상이지만 이동가정인구 감소율이 지역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20% 미만, 20~50% 미만). 사회이동에 의한 감소보다 자연감소가 심각한 도쿄도 오사카시 등 대도시가 대표적이다. 셋째는 소멸가능성 지자체이다. 이동가정인구 감소율이 50% 이상인 지자체 중 봉쇄인구 감소율(20% 미만, 20~50% 미만, 50% 이상)에 따라 분류된다. 대체로 사회적 감소가 심각한 지역이다. 넷째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은 지자체다.
이러한 세분화는 상황별로 시의성 높은 인구대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예를 들어 이동가정인구가 봉쇄인구 감소율보다 크면 전출이 인구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따라서 사회대책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지역별 상이한 특성에 맞는 대안 모색해야
지방소멸2의 분석은 한국사회에도 중대한 함의를 시사한다. 인구의 규모나 지역별로 인구감소에는 상이한 특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지역별 인구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특징에 맞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주대책을 향상하는 등 지역사회의 매력도를 향상시키는 전입향상의 사회대책과 육아환경 조성, 교육환경, 복지개선 등 자연감소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