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이지 않던 바닷속 숲에서, 시민들이 가꾸는 바다숲으로
미역, 다시마같은 해조류와 해초류인 잘피가 넘실되는 풍경이 1990년대부터 사라지고 사막화되어간다고 해양학자들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최근 50년간 우리나라 바다 표층 수온이 1.1℃ 이상 상승하였고, 이는 전 세계 약 2배 수준이다. 겨울철 무럭무럭 자라 봄에 다음 세대를 시작하는 해조류에게는 치명적이다. 여름철 높은 수온은 잘피도 열상을 입고 생기를 잃어갈 정도다.
하지만 바다는 이런 변화도 어느 정도 받아 안을 품을 가졌지만 해양오염, 폐기물 피해, 대규모 해안 개발, 성게 대량번식 등 여러 요인이 뭉쳐진 생태계 붕괴에 그 힘을 잃어버렸다. 바닷속 암반에 해조류가 사라져 하얗게 변하는 갯녹음이 연안을 뒤덮게 되었다.
해조류나 해초류가 육지의 숲처럼 군락을 이룬 바다숲은 육지의 초목과 같이 1차 생산자로 전세계 1000여종의 해양생물이 살아가는 산란서식처가 되고, 이산화탄소 흡수, 웰빙식품과 기능성 물질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갯녹음은 물속에서 진행되기에 일반 시민들은 그 심각성을 잘 알지 못한다. 성게로 뒤덮인 바위들, 엉켜있는 폐기물과 그 사이 죽은 물고기, 뿌연 부니로 쌓여진 바닥 등 우리나라 일부 연안은 사막을 연상케 한다.
사막을 연상케 하는 우리의 연안 바다
이에 바다숲의 중요성과 연안 갯녹음 피해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2013년부터 시행된 세계 최초 법정 기념일인 5월 10일 바다식목일이다.
정부는 2009년부터 바다숲 조성사업을 추진, 2030년까지 전국 연안에 540㎢의 바다숲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해수부, 지자체, 그리고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주도해 왔지만 2024년부터는 현대자동차, 효성그룹, 포스코 등 대기업들도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제14회 바다식목일을 기점으로 현대자동차가 제안하고 해수부와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정책적으로 화답해 '바다숲, 이름을 더하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사려니숲, 아홉산숲, 서울숲같은 육지의 숲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브라질 아마존과 호주 그레이트베리어리프 등의 공통점은 이름이 있다는 것이다. 이름은 곧 정체성이 되어 시민들이 일상에서 찾고, 때로는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시작이 된다. 이름이 있어 불러주고, 지도에서 찾아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맵에 실제 울산 주전동의 ‘울림’바다숲과 울릉도 ‘통구미 천연 바다숲’이 반영되었다. 그리고 희망적으로 아르헨티나와 호주에서도 NGO활동가와 주민단체가 협업해 ‘Auken Aiken’바다숲과 ‘Yanggaa’바다숲 이름을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 총회에서 해조류의 탄소 흡수 능력에 대한 방법론 검토가 승인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과 시민들이 바다숲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도 중요한 균형이 필요한데, 훼손된 바다숲의 복원에 더해서 현재 잘 유지된 천연의 바다숲을 보전하는 노력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우리 천연 바다숲 찾아 이름짓고 가꿔야
정부만의 노력으로 넓게 분포하는 천연 바다숲을 전부 관리할 수 없었지만, 시민들의 참여는 더 효과적으로 바다숲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아르헨티나의 Auken Aiken과 호주 Yanggaa도 보호해야 할 천연 바다숲인 것처럼, 우리나라의 천연 바다숲을 찾아 이름을 지어주고 훼손되지 않도록 가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