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세계는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 안보는 어디에

2026-05-12 13:00:04 게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약육강식의 국제질서와 아전인수식 해석이 난무하는 국제사회가 되었다.

최소한 전쟁이 사라진 것으로 생각되었던 유럽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아직은 미국이 대체할 국가가 없는 강대국이기는 하나 상대국은 고양이 앞의 쥐가 아니다.

많은 안보전문가는 중국이 타이완을 침략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시기를 예측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 틈에 중국이 타이완을 침략하면 누가 막고, 누가 비난할 것인가? 그나마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기존 질서를 수호하겠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전쟁’ 대신 ‘특수군사작전’이라 불렀고, 미국은 의회 선포 없이 군사력을 사용하며 이를 ‘작전’으로 규정했다. 무력침공은 국제법과 도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 행위이건만 이를 전쟁이라 부르지 않는 태도에는 강대국의 독선이 배어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은 무인기와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이용해 항전의지를 보인다.

대통령이 되면 곧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했던 트럼프조차 이제는 자기의 전쟁 출구를 고민하는 처지에 놓였다. 휴전을 이루기 위해 더 강한 군사행동을 택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했다. 강대국 군사력은 전쟁을 쉽게 시작할 수 있으나, 전쟁을 끝내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두개의 전쟁에서 얻어야 할 교훈

우리는 두 개의 전쟁에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국제질서와 동맹 개념이 바뀌고 있다. 우리는 동맹의 요구에 따라 베트남과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했다. 이라크전은 유엔의 사후 승인 절차라도 있었지만 이란전에서는 어떤 동맹도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란전쟁 초기부터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났다. 그들은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하면, 대 중국 참전을 주장할 것이다. 동맹의 의리가 국익과 합리적 결정을 앞서는 순간, 국가는 전략을 잃고 위험에 노출된다.

현대전은 상대국 영토를 점령하더라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필수적인 목표만 얻는 제한전으로 바뀌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지배 가능한 지역을 확보하는 것이고, 미국은 핵물질 제거를 원한다.

이를 남북한에 적용해 보면 북한이 남한을 공산화 통일해 지배한다는, 현실과 괴리된 두려움은 안보정책을 왜곡시킨다. 한미동맹으로 북한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마찬가지다. 정권교체에 성공해도 리비아와 이라크에서 확인되었듯 권력공백은 혼란을 가져왔다. 북한에서 치안이 무너질 경우 그 혼란과 비용은 우리 몫이다. 우리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듯이 북한을 공격하려는 사례가 있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국방목표는 전쟁승리가 아니라 전쟁 억제에 두어야 한다.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위기를 관리해 전쟁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정전체제에 머무르는 한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남북한이 당사자가 된 종전과 평화체제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을 ‘위장 평화쇼’라고 발언하는 정치는 긴장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국내 정치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군사전략에 대한 재검토 필요한 시점

군사전략 또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에서 보듯, 값싸고 분산된 전력은 고가의 재래식 무기에 대한 우위를 뒤집지는 못하더라도 전장의 양상을 흔들고 있다. 북한 능력은 이들보다 절대 낮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대규모 지상군 중심의 축선공격과 방어전투, 그리고 대규모 미군 증원에 의존하는 기존 가정에 머물러 있다.

강한 국방력은 단순히 무기의 양과 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국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 그 정점에 있다. 그 능력은 평시 위기관리와 전작권이다.

필자는 우리의 상황을 표현할 때 “가정교사가 시험을 대신 보는데, 어떤 학생이 공부하겠느냐”라고 비유한다. 그리고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은 자기(연합사)가 문제를 내고, 자기가 풀 수 없다는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한미 간 전작권 전환이 진행되고 있어 다행스럽다.

이병록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