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정수소가 좌우할 에너지 판도

2025-01-13 13:00:02 게재

탄소중립을 향한 기업들과 각국 정부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우리 기업의 수출 장애물이 되지 않으려면 저탄소 에너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저탄소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뛰어넘어야 하고 국부를 일으킬 미래 신산업으로서 조건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꼭 맞는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것이 청정수소다. 청정수소는 한국의 산업 부문과 에너지 부문 모두의 필수재이다.

우리는 세계대전의 한복판에 서 있다. 총포와 화염과 포연은 잘 보이지 않지만 이 전쟁은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결정짓는 분수령이다. 산업 공급망과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양대 진영 간의 갈등과 충돌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한국은 충돌 현장의 최전선에 서있다.

이 판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무기는 청정수소다. 청정수소는 미래 산업의 핵심 동력이며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열쇠다. 기술, 시장과 외교 전략을 결합해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멋진 도구이다.

블루수소·원자력 기반 생산이 현실적 대안

청정수소 대량생산과 안정적 공급은 에너지 대전환기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이다. 수출의존형 한국경제의 현실에서 기업 생존은 국가 생존과 같은 말이다. 태양광과 풍력을 기반으로 하는 그린수소는 전력 공급 간헐성과 낮은 가동률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농업이나 축산에서 나오는 폐기물이나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한 수소 생산도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상업화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청정수소 시대, 한국은 두가지 기술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하나는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을 활용한 블루수소 생산이다. 다른 하나는 원자력 기반 청정수소 생산이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며 포집 기술을 이용하여 생산 중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 이는 경제성과 기술적 안정성을 겸비한 현실적 대안이다. 원자력은 수전해 설비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고온 가스로를 통한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에 유리하다. 이렇게 대량 생산된 수소는 제철이나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한 수소를 연료전지에 투입하여 전기와 물을 생산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호주·일본과 협력 통한 수급 전략 시급

하지만 청정수소는 국내 생산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득이하게 수입해야 한다. 에너지 교역은 지정학적 국제정치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미국 호주 인도 같은 자원 부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국 텍사스의 오일 메이저들은 셰일가스를 활용해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그것을 대기 중 질소와 합성한 암모니아를 우리가 수입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수소가 에너지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겠나 하는 염려는 필요 없을 것 같다. 우리와 이웃한 일본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중동에서 공동 구매를 통해 아시안 프리미엄을 없앨 수 있고 동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동북아 수소거래소도 설립할 수 있다.

청정수소는 미래 에너지 패권을 좌지우지할 새로운 축이다. 한국은 △기술 개발 △대량생산 체계 구축 △국제 협력을 통해 에너지 안보와 경제 생존을 확보해야 한다. 청정수소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열쇠다. 더 이상 주저할 시간이 없다. 당장 행동해야 한다. 청정수소는 미래를 여는 무기이자 새로운 시대의 승리를 이끄는 도구다.

기우로 말한다. 청정수소 양산은 지역과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 정부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 △산업구조 전환 △에너지 기반 조성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지원해야 한다. 적어도 청정수소 부문에서만큼은 중앙정부가 기획 지원 감시 통제하던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