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보면 트럼프 에너지정책 감 온다

2025-01-13 13:00:04 게재

카터, 백악관에 태양광설치·친환경법 발의 … 레이건, 제거후 화석연료 올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란 구호를 빼곤 불분명해 보이는 ‘초불확실성’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에너지정책은 다른 분야와 달리 비교적 예측 가능한 부분으로 꼽힌다. 한마디로 재생에너지 지원은 축소하고, 화석연료 활용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땅 속에 매장돼 있는 석유·가스를 왜 안 쓰는가. 더 많이 파서 더 싸게 공급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지구가 처한 가장 큰 위협이 기후변화’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재생에너지에 대해 경제성 외에도 친환경성에 대한 의구심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2.0시대 에너지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감을 잡으려면 40대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을 보면 보다 명확히 보인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트럼프와 바이든을 이해하려면 레이건과 카터를 보라’(To Understand Trump and Biden, Look to Reagan and Carter) 제하 기사에서 “44년전 레이건은 지미 카터(39대 대통령)의 환경적 유산을 비난했다”며 “바이든의 기후정책도 비슷한 운명을 맞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하면 바이든의 기후정책 중 많은 부분을 철회할 것”이라며 “레이건이 카터를 대신해 최고 사령관이 되었을 때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가 펼쳐졌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카터는 1979년 백악관 지붕에 32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조잡하고 비효율적인 패널이었고 온수기를 가동하는 데만 충분한 전력을 공급했지만, 카터는 미래를 내다보았다.

그는 설치식에서 “오늘 헌정되는 이 태양열 온수기는 2000년에도 여전히 저렴하고 효율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터는 2000년까지 미국이 에너지의 20%를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뒤이어 취임한 레이건은 1986년 태양광 패널을 제거했고, 미국에서 재생에너지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화석연료에 올인했다.

에너지부의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을 위한 연방연구 예산은 삭감했고, 풍력설비 세금감면도 없어졌다. 그리고 레이건은 연비기준을 철회해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자동차와 트럭의 시대로 가는 길을 열었다.

또 카터는 4년 임기동안 12개가 넘는 주요 환경 관련 법안에 서명했다.

표면채굴 통제 및 복구법(1977년)은 석탄채굴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국가에너지법(1978년)에는 미국 최초로 청정에너지에 대한 인센티브와 에너지절약을 촉진하는 조치가 담겼다.

1980년 제정된 에너지안보법은 태양열과 바이오매스를 포함한 대체 연료원을 장려하기 위해 강화했고, 종합적 환경 대응-보상 및 책임법은 관계자들에게 환경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을 만들었다.

그러나 레이건은 재생에너지 지원을 삭감하고, 석탄채굴 산업 규제를 완화했다 .

레이건은 취임 첫해 환경보호청(EPA) 예산을 25% 삭감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EPA를 이끌었던 앤 고서치는 자동차 제조업체와 공장에 대한 오염기준을 완화하는 제안을 통해 대기청정법을 약화시키려 했다.

카터는 미국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단행했다. 1980년 알래스카 국가이익 토지 보존법은 알래스카에서 1억에이커 이상을 보호했다. 국가고대유물법으로 애리조나의 그랜드 캐년 국립기념물 등 새로운 국립기념물을 잇따라 만들었다.

하지만 레이건은 공공 토지를 보호해야 할 것이 아니라 개발해야 할 것으로 여겼다. 그의 행정부는 연방 황무지를 벌목 시추 채굴에 개방했다. 국립공원청과 국토관리국에 대한 자금도 삭감했다.

그렇다고 레이건이 카터의 환경적 유산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카터가 기대했던 것보다 10년 이상 걸리긴 했지만 미국은 현재 전기수요의 약 20%를 재생에너지원에서 얻는다. 재생에너지 지원과 관련된 수많은 정부 프로그램도 있다.

뉴욕타임즈는 “바이든은 청정에너지를 장려하고, 오염통제를 강화하며, 공공토지를 보호하는 주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트럼프가 이 중 많은 것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지만 환경의제의 중요한 부분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세계는 깨끗한 에너지로 구동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서 “그 미래가 지연될 수 있겠지만 역사는 그것이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