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장 ‘기소’ 성남시장 ‘무혐의’ 차이는?

2025-01-13 13:00:02 게재

‘중대시민재해처벌법’ 적용 달라

‘안전·보건의무 이행여부’로 갈려

단체장들 “명확한 평가기준 없어”

최근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중대재해처벌법상 시민재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반면 2023년 4월 발생한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와 관련 신상진 경기 성남시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들 단체장의 운명을 가른 것은 법에 정한 ‘최고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였다.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봐야 하겠지만 사정기관의 엇갈린 판단에 현직 단체장과 공직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 다했나” = 13일 해당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범석 시장과 신상진 시장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발됐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이 시장은 참사 요인으로 지목된 미호강과 공중이용시설인 제방의 유지·보수 주체인데 제방을 포함한 미호강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청주시가 중대재해 전담인력으로 관련 전문가가 아닌 행정직렬 공무원 1명만 둬 형식적으로 중대재해 예방업무를 수행했고 인력·예산 부족을 이유로 제방 관련 안전점검을 생략하는 등 재해예방을 위한 사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제방이 무단으로 훼손됐지만 유지·보수 주체인 청주시가 이를 단속하거나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결국 이 시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달리 지난해 4월 경찰은 정자교 붕괴사고로 시민재해치사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신상진 성남시장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지난 2023년 4월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시설에서 발생한 점을 들어 ‘제1호 중대시민재해’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1년여의 수사 끝에 분당구청 공무원과 교량 점검업체 관계자 등 10여명을 검찰에 넘기고 신 시장에 대해선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검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경찰은 “신 시장이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점검 등의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했는지 살폈으나 관련법이 규정한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 시장이 2022년 9월 분당구 교량 노면 보수공사비 2억원 추경 요청을 승인했고 관련부서의 인력 증원 요청 역시 허가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범석 청주시장과 함께 수사를 받은 김영환 충북지사 역시 마찬가지다. 김 지사는 오송 참사의 또 다른 용인으로 지목된 ‘지하차도’의 관리 책임자다. 하지만 검찰은 이 시장과 달라 김 지사가 지하차도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지하차도에 대한 안전점검이나 재난대비 훈련 등이 제대로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안전사고 예방조치 기준 논란도 = 지난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뿐 아니라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교통수단에서 발생한 ‘시민재해’에 대한 예방과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경영 최고책임자에게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예방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단체장들에게는 안전사고를 미리 막기 위한 사전 예방조치를 충실히 이행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청주시 명의로 입장문을 내 “공소 내용을 살펴 소명할 것은 소명하고 재판 과정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세부 지침이나 기준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기초단체장은 “취임 초부터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각종 교육이나 정부 지침을 이행해왔는데 평가 기준 등 세부 내용은 부족한 것 같다”면서 “중대재해법이 단체장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문제는 더 경각심을 갖고 잘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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