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권력에 짓눌렸던 ‘진실’…탄핵 덕분에 빛 볼까
김 여사 논문 뒤늦게 ‘표절’ … 김 여사 관련 15개 의혹 규명 주목
박정훈 무죄로 ‘대통령 격노설’ 재조명 … 건진-권력층 관계 눈길
마침내 ‘진실의 문’이 열리는걸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지난달 14일)된 이후 지난 3년간 쌓였던 의혹들이 하나둘 진실 규명 수순을 밟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 눈치 때문에 지연됐던 진실 규명이 탄핵 가결을 계기로 뒤늦게나마 속도를 낸다는 지적이다.
숙명여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지난달 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석사학위 논문에 대해 잠정 표절 결론을 내리고 이를 김 여사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논문은 김 여사가 ‘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 제출했다. 숙명여대는 2022년 2월 조사에 착수했지만, 탄핵 가결 직후인 지난해 12월에야 표절 결론을 내렸다. 표절 결론을 내리는 데 3년이나 걸린 셈이다.
민주당 강유정 대변인은 지난 8일 “누가 봐도 베낀 게 명확한데 그동안 표절을 표절이라 말하지 못한 채 눈치 보며 시간만 흘려보냈다”며 “최대 3개월이었던 조사 기간을 3년 가까이 끌고 나서야, 대학의 침묵은 깨졌다”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김건희 게이트의 문고리를 잡았으니 이제는 특검으로 그 문을 열어야 한다”며 ‘김 여사 특검법’을 재차 압박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을 통해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이 규명되기를 바라지만, 국민의힘은 ‘김 여사 특검법’을 네 차례나 저지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씨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협찬 △명품백 수수 △양평 고속도로 의혹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등 15가지 의혹을 담고 있다. 윤석열정권 3년 동안 규명되지 않았던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이 대부분 포함된 셈이다. 민주당의 다섯 번째 도전이 성공하면서 김 여사 관련 의혹들도 마침내 ‘진실의 문’을 열게 될지 주목된다.
군사법원 1심은 지난 9일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탄핵안 가결 직후에야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박 대령에 대한 무죄 판결을 계기로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재조명 되고 있다. 외압 의혹은 ‘윤 대통령 격노설’과 직결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윤 대통령 격노설’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수사를 통해 2023년 7월 발생한 이후 2년째 파묻혀 있는 ‘채 상병 사건’의 진실이 규명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윤 대통령 부부는 물론 국민의힘 핵심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건진법사(전성배) 수사도 관심을 모은다. 검찰은 지난 10일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선 후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전씨를 불구속기소했지만, 기소 이후에는 전씨와 윤 대통령 부부·여당 핵심의원들과의 관계를 들여다볼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씨는 2022년 대선에서 외곽캠프까지 꾸려 윤 대통령을 도운 뒤 권력핵심부와의 친분을 앞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전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전씨와 권력핵심부 사이에 오고간 메신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 수사가 권력형 비리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