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기종 블랙박스 ‘보조배터리’ 없어

2025-01-14 13:00:08 게재

101대 중 56대 미장착

국토부 보안방안 검토

블랙박스에 충돌 전 마지막 4분이 기록되지 않은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에는 전력공급중단(셧다운)에 대비해 블랙박스에 전력을 공급할 일종의 ‘보조 배터리’가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같은 기종(B737-800)의 절반 이상에도 이 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항공사들의 모든 기종에 대해 보조 전원 공급장치 장착 여부를 확인하고 보완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태준(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6개 항공사가 운용하는 B737-800 기종 101대 중 56대는 비상시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에 전력을 공급할 보조전원장치(RIPS)가 장착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RIPS는 항공기 전원 동력이 정지되거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블랙박스에 10분 내외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장치다.

제주항공은 사고기를 포함해 총 39대 중 20대가, 티웨이항공은 27대 중 23대가 미장착 상태였다. 진에어는 19대 중 5대, 이스타항공은 10대 중 4대, 에어인천은 4대 중 4대 모두에 이 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채 운항했다. 대한항공은 보유한 2대 모두 RIPS를 장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와 국토부 고시인 ‘고정익항공기를 위한 운항기술 기준’에 따르면 2018년 1월 이후 국내에 도입된 항공기는 CVR에 RIPS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이번 제주항공 사고기는 2017년 2월 도입돼 이 규정을 소급 적용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2009년에 만들어질 당시 제조국인 미국의 관련 규정도 적용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항공국은 이 규정을 2010년 이후 생산되는 항공기부터 적용했다. CVR에는 RIPS 설치가 의무지만, 국내외 운항 기준상 다른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는 이 장치를 달지 않아도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7년 이전 국내 도입된 항공기에 대해서는 RIPS 설치 여부를 모두 확인해 볼 계획”이라면서 “추가 장착 의무화 여부는 기종마다 구조가 다르기에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철 기자 sckim@naeil.com

김선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