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출신 법조인들 “경호처 직원 부당지시 거부해야”
차성안 교수 “위법지시 복종의무 없어 … 명령 따르면 되레 처벌”
오지원 변호사 “윤 대통령, 이미 역사 죄인 … 경호원 무료변론”
판사출신 법조인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의 ‘불법지시 이행거부’를 촉구하고 나섰다.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하게 물리적으로 막으라는 상부 명령은 복종의무가 없는 부당지시라는 것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했던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수원지방법원·대전지방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했던 오지원 변호사는 경호처 직원들을 향해 “부당지시 불복종은 정당하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차 교수는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선에 있는 경호처 직원들은 젊은 시절을 바쳐 경호처 공채, 특채 시험을 준비한 훌륭한 분들이지 윤 대통령의 사병이 아니다”라며 “경호처 직원들의 가족 생계와 직업 안정을 위해서라도 부당한 지시에 동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차 교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의 적법성을 강조했다.
그는 “법원 판사가 적법하게 발부했고, 윤 대통령측의 영장 적법성에 관한 이의 신청 역시 기각됐다”며 “수사기관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는 명령은 부당지시이므로 그 명령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기 등 무기를 이용해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공권력과 맞서라는 지시를 하고 실행되는 순간 또 하나의 내란 선동”이라며 “경호하는 시늉만 한다고 해서 직무유기죄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되레 차 교수는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는 명령을 그대로 따르면 경호처 직원들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호처는 단체로서 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된다”며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누가 다치거나 숨지면 공무집행방해치상·치사죄의 공동 정범이 될 수 있고, 직권남용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기를 쓰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차 교수는 ‘부당 지시 거부 소명서’ 양식을 소개하며 경호처 직원들이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공유했다.
그는 “소명서에 날짜와 직급·이름을 적고 서명한 뒤 촬영해 그 사진을 증거로 보관하고 가족들에게도 전달해 둔 뒤 경호처 차장 등 부당한 지시를 내린 상급자에게 제출하면 된다”며 “공무원행동강령에선 한 번 부당한 지시를 거부했는데도 또 같은 지시가 반복되면 즉시 행동강령책임관과 상담할 의무가 부과되므로 행동강령책임관과의 상담 진행도 권한다”고 했다.
그는 “공수처와 경찰의 많은 병력은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지 않으면 아무런 실력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을 경호할 소수의 경호원 외에 다수의 경호처 직원까지 현장에 나오도록 하는 지시 자체가 부당하므로 나머지 대다수 경호처 직원은 사무실에 머무르면서 평소 자기 할 일을 하면 된다”고도 조언했다.
한편 오지원 변호사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호처 직원들을 향해 “불법 지시를 거부했다가 문제가 되면 무료 변론해 드리겠다”고 전하며 차 교수와 뜻을 함께했다.
오 변호사는 “피의자 윤 대통령이 본인 비겁함으로 청년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이행할 의무가 없는데 그것을 이행하다가 본인도 불법을 저지를 때 그 처벌을 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여러분이 체포 방해 지시를 거부했다가 지시 불이행으로 문제 된다면 제가 무료 변론해 드리겠다”며 “윤 대통령은 내란이든 군사 반란이든 어떤 범죄로든 반드시 처벌된다. 그는 이미 기능이 정지된 대통령일 뿐만 아니라 피의자이고 국가의 기능을 한 달 이상 마비시키고 있는 역사적 죄인”이라고 강조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