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한 관찰·빠른 대처가 피해 막았다

2025-01-15 13:00:07 게재

안양시 도매시장 붕괴 사고 영상 보니

분당 상가화재 ‘소방시설 중요성’ 부각

새해 벽두부터 한파·폭설로 인한 재난피해부터 화재, 선박좌초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폭설 피해와 대형 화재에 잘 대처해 인명피해를 막은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안양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 붕괴사고와 성남 분당 복합상가 화재는 모두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세심한 관찰과 빠른 대처, 평소 예방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경기 안양시가 제작한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 붕괴사고 영상 갈무리. 자료 안양시 제공

14일 안양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지난해 11월 28일 붕괴된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도매시장) 청과동의 CCTV영상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재난대응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영상을 만들었다.

영상에는 급박했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난해 11월 27일 기록적 폭설로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다음날 새벽 6시 40분 시설상태를 확인하던 당직자가 ‘우지끈’ 소리를 듣고 위험을 감지했다. 당직자는 곧바로 소장에게 보고했고 소장은 청과동 내 긴급대피를 지시했다. 이때가 아침 7시 15분. 하지만 중도매인들은 김장철 대목에 영업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라 주저했다. 상황을 보고받은 최대호 안양시장은 청과동 임시휴장 행정명령을 지시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오전 8시 35분, 현장에 도착한 최 시장은 상황 확인 후 상인들에게 영업손실 보상을 약속하며 상인과 고객들을 대피시키고 진입을 통제했다. 진입통제 3시간 30분 뒤 12시 2분 습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청과동 남측 철판지붕이 단 11초만에 붕괴됐다. 청과동 전체 면적 1만4917㎡ 중 붕괴된 면적은 6028㎡다. 청과동 절반이 붕괴됐다. 평상시라면 청과동 안에는 중도매인과 고객 등 300명이 넘게 있었을 상황이었다. 당직자의 세심한 관찰, 책임자의 빠른 판단과 적극적인 설득으로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당시 도매시장 당직자였던 이봉화 주무관은 “전날부터 눈이 많이 와서 평소보다 좀 일찍 출근해 청과동에 갔는데 상인들이 ‘지붕에서 뭐가 떨어지고 소리도 난다’고 말해 세심히 살펴봤다”며 “주변을 확인해보니 구조물 상태가 일부 달라지는 등 심상치 않다고 판단돼 소장님께 보고하고 구조진단 업체도 호출했다”고 말했다. 최대호 시장은 “청과동에 도매업체 69곳이 있고 새벽에 잔품을 파는데 값이 싸서 시민들도 많이 오는 시간이라 시청으로 가기 전 현장으로 바로 갔다”며 “직원들의 신속한 보고와 발빠른 대처, 상인들의 협조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안양시 사례가 사전 대응을 잘 한 경우라면 분당 야탑동 복합상가 화재는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일 발생한 이 화재는 1층 식당 주방 내 튀김기에서 시작된 불이 배기덕트를 타고 옮겨 붙으면서 커졌다. 다행히 2층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고 방화문도 닫혀 있어 다른 층으로 화염이 직접 번지지는 않았다. 당시 건물 내에 310명 가량이 있었는데 240명이 소방에 구조되고 70명이 자력으로 대피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불이 난 건물 지하 1층의 수영장 대표가 맞은 편 건물에서 화재상황을 지켜보고 곧바로 수영장으로 달려가 관리소직원들과 지하 5층으로 이용객들을 대피시켰다. 윗층 사람들은 1층으로 대피가 불가능하자 옥상으로 피했다. 분당소방서 이정훈 소방교는 “수영장 대표와 관리소 직원, 시민들이 소방본부 상황실의 안내에 따라 안전한 공간으로 침착하게 이용객들을 대피시켰다”며 “혼란스런 상황에서 돌발행동이 나올 수 있었는데 지시에 따라 질서 있게 행동해줘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화재였지만 피해를 막은 가장 큰 요인은 평소 소방시설 점검을 잘 받아 정상 작동됐고 방화문이 매뉴얼대로 닫혀 있었던 점”이라며 “이번 화재를 계기로 소방시설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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