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휴전합의 막판 진통 해소될까
이스라엘, 17일 내각회의 투표
하마스 “합의 전적으로 수용”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휴전 합의가 또 다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6일(현지시간) 하마스가 합의의 일부를 철회하고 양보를 요구하며 막판 위기를 조성했다고 비난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내각회의도 연기했다. 이 회의는 휴전안의 승인을 표결하기 위한 중요한 자리였으나, 하마스의 태도 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기됐다는 게 이스라엘 측 주장이다. 반면 하마스는 중재자들이 발표한 휴전 합의를 전적으로 수용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합의의 주요 부분을 철회하고 마지막 순간에 양보를 얻으려 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이유로 내각 회의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휴전안이 또다시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하루 늦은 17일 내각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휴전안 승인을 둘러싼 이 같은 진통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휴전 압박과 연정 탈퇴를 앞세운 극우 내각의 반발 속에 딜레마에 처한 네타냐후 총리의 처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AFP통신은 이스라엘이 17일 휴전안 승인을 위한 내각 회의를 소집한다고 이스라엘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하마스 고위 관리인 이자트 엘레시크는 “하마스는 중재자들이 발표한 휴전 합의를 완전히 수용했다”고 반박했다.
막판 진통의 이유가 하마스가 아닌 이스라엘 내부에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휴전 승인 시 사임을 예고하며 정부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벤-그비르는 이번 휴전이 “이스라엘의 승리를 파괴할 것”이라며 극도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네타냐후 총리는 외부적으로는 휴전 압박을,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생존을 위해 극우 연합 파트너들의 지지를 유지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더욱이 이스라엘군은 휴전 합의 발표 이후에도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습을 이어가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72명이 사망했다”고 전하며,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가자 시에서 피난 중인 주민들은 “이스라엘 점령군이 휴전 회담의 진전이 보고될 때마다 폭격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공포에 떨고 있다.
막판 진통에 대해 미국은 난감해하면서도 낙관적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휴전은 19일에 발효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현재도 미해결된 부분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미해결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카타르와의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루 늦은 17일 내각회의가 잡힌 것도 미국의 이런 강경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 휴전 합의는 가자지구에서의 전투를 중단하고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교환하는 6주간의 계획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완전 철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나머지 인질들을 풀어주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해체와 보안 통제를 유지할 때까지 군사작전을 지속할 것이라고 다짐해 최종 타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