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투자금 회수
지난달 6조원 규모, 2020년 3월 이후 최대
국내 채권 차익거래 유인 떨어져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 양쪽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셀코리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5개월간 순매도를 이어갔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순매도 규모는 22조600억원에 달했다. 주식시장과 달리 국내 채권을 꾸준히 사들였던 외국인들은 채권 투자마저 회수하기 시작했다. 최근 5개월간 순투자를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순회수로 돌아섰다.
1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12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주식 3조6490억원을 순매도하고 상장채권 2조3810억원을 순회수해서 총 6조300억원의 투자금을 국내 시장에서 뺐다.

2020년 3월 9조8690억원을 순회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다만 당시에는 주식시장에서 13조 45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채권시장에서는 3조5810억원을 순투자했다. 이번에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모두 자금을 회수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심각하다.
주식시장에서는 지난해 8월 2조5090억원을 순매도한데 이어 9월에는 7조3610억원을 순매도했다. 10월과 11월 각각 4조3880억원, 4조1540억원을, 12월에는 3조6480억원을 순매도했다.
주식 보유규모는 2023년 12월 739조4130억원에서 지난해 12월673조7470억원으로 8.9% 줄었다. 지난달 미주 지역에서는 500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유럽지역에서 3조원, 아시아지역에서 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에서는 그동안 순투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8월 8조60억원, 9월 3조6300억원, 10월 5조5270억원, 11월 1조4870억원을 순투자했다.
하지만 12월에는 2조3810억원을 순회수했다. 다만 2조1230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12.3 내란사태’ 등 정치적 불확실성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만기상환 규모가 4조5040억원에 달해 2조3810억원의 순회수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사들였던 차익거래 유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국내 채권 중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채의 경우 금리가 하락해 10년물 국채 금리는 2.80%로 낮아졌다.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61%로, 우리나라와 격차가 1.81%p로 벌어졌다. 환율 등을 고려하더라도 국내 국채에 투자할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국채 순매수 규모는 3910억원에 불과한 반면, 만기상환 규모는 3조5440억원에 달했다. 특수채 순매수 규모는 1조7310억원, 회사채는 10억원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채권시장의 경우 정치적인 상황에 따른 민감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미 국채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적극적으로 살 이유가 없다”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이뤄지는 11월 이전까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채권 매입이 줄어드는 등 정체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내 채권 투자는 유럽지역에서 8000억원 순투자했고 중동과 미주지역에서는 각각 2조원, 8000억원을 순회수했다. 잔존만기별로 보면 1~5년 미만 채권에서 2조원을 순투자했고, 1년 미만과 5년 이상에서 각각 4조2000억원, 2000억원 순회수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잔존만기 1년 미만 채권은 55조6000억원(20.8%), 1~5년 미만은 98조2000억원(36.6%), 5년 이상은 114조3000억원(42.6%)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