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교총·전교조·교사노조, 세대교체 신선하다

2025-01-17 13:00:12 게재

교단에도 세대차이가 있다. 20대 30대 40대 60대 교사가 공존한다. 20대 교사에게 이순(耳順)의 교장은 부모뻘이다. 이들이 겪은 정치·경제·사회·문화 환경은 다르다. 당연히 세대차이가 있고 사고방식도 다르다. 그렇지만 세대를 초월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제자를 잘 가르치자’는 사명감이다.

스승은 난초향과 촛불 같다. 공자는 “난초향은 하룻밤 잠을 깨우고 좋은 스승은 평생의 잠을 깨운다”고 말했다. 칸트는 “좋은 스승은 처음에는 판단을, 다음에는 지혜를, 마지막에는 학문을 가르친다”고 강조했다. 훌륭한 스승은 그 자체가 제자의 인생 길잡이이자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라는 의미다.

교사는 한때 학생이 선망하는 직업인이었다. 장래 희망을 묻는 설문에 초등생들은 줄곧 ‘5순위’ 안에 교사를 꼽았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가치 있고 보람 있다.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교사들은 자부심이 충만했고 대한민국의 오늘날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교사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해 교사들을 괴롭혔다. 교원단체는 보수와 진보로 갈라졌다. 교원단체(노조)의 수장은 50대 이상 교사가 독식했다. 단체의 간부들도 노쇠했다. 젊은 교사들은 단체의 극단화를 외면했다. 회원수는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젊은 세대의 교단 진입 열기도 시들해졌다. ‘처우’와 ‘미래’를 고민하다 교단을 떠나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위기다.

교원단체 30대 위원장, 교단 새바람 기대

이런 상황에서 교육현장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국내 교원 3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위원장이 30대 젊은 교사로 바뀌었다. 이들 3개 노조는 최근 회원 직접 선거로 위원장을 새로 뽑았다. 한국교총은 38세의 강주호 경남 진주동중교사가, 교사노조는 35세의 이보미 대구교사노조위원장이, 전교조는 초등교사 출신인 39세의 박영환 충남지부장이 각각 회장이 됐다. 한국교총은 창립 77년 만에 가장 젊은 회장이고, 교사노조와 전교조 역시 최연소 회장이다.

우리나라 교원의 평균 연령은 41.5세다. 만 62세가 정년이므로 30대 위원장은 선후배를 잇는 ‘중간다리’로서 제격이다. 장유유서가 강하다는 교단에 선배의 빛나는 가르침을 젊은 교사에게 이어주고, 한편으론 불합리한 관습을 개혁하는 전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3인이 교육계 구각(舊殼)을 깨고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이들은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 교원단체 권력 사유화 방지, 독립성 강화, 교권 보호, 교원지위법 개정, 행정업무 제로, 교원수당 인상 등을 주요 현안 과제로 설정했다. 3인의 공약은 선거 과정에서 교사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열정적이고 왕성하게 활동하며 교원의 자존심을 회복해 주기를 응원한다.

교원단체 ‘빅3’ 위원장에 거는 기대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교육의 미래를 더 멀리, 더 넓게, 더 깊이 보는 안목과 비전이 필요하다. 기존 선배 위원장들과는 다른 신선한 시각으로 교육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사는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라고 한 것처럼 위기의 우리 교육을 구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탄핵정국에 교육의 방향도 안개 속이다. 윤석열정부의 교육정책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교원단체별로 유보통합, 교원 양성체제, 교원평가, 학업성취도 평가, 고교학점제,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의정 갈등, 대학 입시 등 여러 현안에 관한 생각이 다르다. 갈등도 첨예했다. 다양성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기는 하다.

‘학생 퍼스트’ 원칙 다시 세웠으면

그런 점에서 30대 위원장들은 ‘학생 퍼스트(first)’ 원칙을 다시 세웠으면 한다. 그간은 위원장들이 조직의 이해에 갇혀 운신의 폭이 좁았던 면이 있다. 학생 제일주의 길은 멀지 않다. 3단체가 벽을 허물고 소통하며 올곧은 목소리를 정부와 정치권에 내야 한다. 교육대계를 그르치는 교육부와 교육청, 여야 정치권이 정신 차리도록 해야 한다. 생각의 다름에 앞서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와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필수다.

한국교총 강주호, 교사노조 이보미, 전교조 박영환 위원장은 30대라는 사실만으로도 교단의 새 역사다. 2025년 혼돈의 정국에 교육계의 신선한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 스승은 난초향과 촛불 같은 존재라는 점을 잊지 말자.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