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조원 추경’ 압박…민주당 ‘민생’ 주도권 노려

2025-01-17 13:00:26 게재

잠재성장률 밑돌고 고용 빠르게 악화 … “사회적 약자 더 어렵다”

이창용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민주당 “정부쪽에서 추경 물어와”

예결위 허영 간사 “보편복지 고집하지 않고 신속 편성에 주력”

나라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빠지는 경제지표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며 정부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한은 총재의 ‘빠른 추경’ 요구가 가세하면서 ‘2월 추경’ 편성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측에서도 추경편성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이같은 추경편성에 대한 분위기가 확산된 데는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실질) 전망치를 잠재성장률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데 이어 고용상황이 크게 악화하는 등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핵국면과 정국 불안정이 이어지면서 소비위축 등 전반적인 내수 경제지표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선제 조치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미 조기대선에 들어간 만큼 민주당은 대규모 추경을 통해 ‘민생이슈’를 선점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정부쪽에서 추경 편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민주당에 규모나 내용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다”면서 “정부도 추경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고용동향이 나왔고 앞으로는 작년 12월 지표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게 될 텐데 예상보다 크게 나빠진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는 좋아 보이는 수출 역시 꺾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기 때문에 긴급 응급조치를 위해 추경편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예산정책처 “8년 후 일자리 증가 없다” =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12월 취업자수는 전년동기대비 5만2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수도 15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정부 전망치인 17만명에 비해 1만여명 줄어든 규모다.

이에 따라 올해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10만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취업자수 증가규모를 11만5000명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예상(20만4000명)에 크게 못 미쳤다. 올해 예상했던 취업자 증가율(0.4%)을 고려한 취업자수 증가폭이 10만명을 밑돌 수 있다는 얘기다.

예산정책처는 이러한 고용 악화가 올해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2028년에 6만7000명까지 줄어들고 8년 후인 2032년에는 더 이상 일자리가 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취업자수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 시점이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경제교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인 홍성국 전 의원은 “코로나19 극복 이후인 2년 전부터 구조적인 경기침체국면이 시작됐고 윤석열정부에서 뚜렷한 정책대응을 하지 못해 고착돼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가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안 돼 있고 정부가 역할도 안 해 이제는 폐렴 전조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 제조업,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어 양극화가 확산되는데다 고금리, 내수 침체 등으로 도소매(자영업자)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며 “건설이 안 좋으니 사회적 약자들의 일자리 상황이 더 나빠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홍성국 “지금은 마지막 골든타임” = 민주당은 추경규모를 20조원으로 제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올해 성장률이 1.5%로 예상되고 잠재성장률 2% 수준까지 올리려면 0.5%p의 GDP갭(잠재성장률-실질성장률)을 메워야 하는데 이에 12조5000억원정도가 들어가야 하고 여기에 올 예산편성때 감액한 후 증액하지 못한 금액 4조1000억원까지 더하는 등 20조원정도를 투입해야 한다”면서 “조기집행도 실제 소비나 생산으로 실효를 거두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빠른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지금은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진 상황으로 추경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추경 규모로는 ‘성장률 0.2%p 가량을 보완하는 규모’인 15조~20조원을 제시했다. 추경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추경이 늦어져 성장률 전망치(한국은행의 경우 2월 하순 발표)가 떨어지면 심리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상황이라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수밖에 없지만 추경편성을 통한 재정공급이 전제된다면 현재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한은 1.9%, 정부 1.8%)를 하향조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2월 추경’을 공개 요구한 것이다.

조국혁신당 정책위원회 의장 차규근 의원도 “올해 성장률을 잠재성장률만큼 끌어올리려면 20조원 이상의 추가지출이 필요하다”며 “침체된 내수와 민생 회복을 위해서는 조속한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속도가 중요” = 국회 예산결산특위 야당간사인 허영 민주당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이므로 속도”라면서 “어려운 분들 먼저 지원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선택적이냐, 보편적이냐만 따지면 선택적인 게 더 적절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추경편성 방향과 관련해 “자영업자가 어렵다면 전 국민 대상으로 지원금을 줄 것이 아니라 타깃해서 지원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홍 전 의원은 “코로나때 고점을 찍고는 건설경기가 2~3년 계속 나빠 일자리가 사라지고 내수의 선순환 구조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어 청년 주택, 임대 주택 등을 대규모로 지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상품권뿐만 아니라 전력 송전망 구축이나 AI 모태 펀드 조성 등에 투입해야 하고 재난지원금의 경우도 선별적으로 하는 게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더라도 할 수도 있는데 대선을 앞두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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