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구변화 국민연금 개선
청년은 줄고 고령은 늘어…흔들리는 국민연금
20대 근로자 비중 10%대로 추락, 70대와 비슷해져 … 산업별 고용 양극화에 연금재정도 불안 커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다. 이런 현상은 노동시장 구조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청년층 감소는 경제활동인구 수와 생산가능인구 수의 감소로 이어진다. 노동 공급 부족과 더불어 노동생산성 하락까지 예상할 수 있다. 반면에 65세 이상 노인의 근로비율은 약 35%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5%의 두배가 넘는다. 초저출산과 초고령화 현상이 동시 심화될수록 노동인구층의 청년-고령층 분포 변화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노동인구층 분포 변화는 국민연금 재정 및 정책 변화에 큰 영향을 준다. 국민연금 납부는 근로자의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현재 임금의 9%로 설정돼 있다. 근로자의 임금이 높고 낮음 그리고 근로기간의 길고 짧음은 노후 연금소득에 바로 영향을 주면서도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산업별 노동시장의 인구구조 변화가 국민연금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살펴본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급속한 고령화와 더불어 산업별로 뚜렷한 구조적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노동시장 구조 변화는 국민연금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국민연금연구원 거시경제팀 오유진 주임연구원과 장윤선 연구원 등은 최근 연구원이 발행한 연금포럼(2024 겨울호)에 실린 ‘산업별 노동시장 특성과 국민연금 간 관계’보고서에서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노동시장 구조 변화는 국민연금 가입과 수급 구조에 영향을 미치며 청년층의 고용 불안정은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장년층 근로자 비중 20년간 25%p 줄어 = 오 주임연구원 등은 지난 20년간(2004~2023년) 우리나라 산업별 노동시장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고용률은 62.60%이다. 2004년 60.00%에 비해 2.6%p 상승했다. 남성은 2004년 56.82%에서 2023년 54.04%로 줄었다. 여성은 같은 해 43.18%에서 45.96%로 상승하는 등 남녀 간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
연령별로 보면 확연히 다른 추세를 보인다. 최근 20년간 청장년층(20~49세) 고용률은 지속 감소한 반면 중고령층(50세이상)의 고용률은 증가 추세다.
근로자 비율로 보면 2004년 50세 이상 고령층 근로자는 28.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54.03%로 증가해 전체 근로자의 54%를 차지했다. 반면 핵심 노동인구층으로 간주되는 20~49세의 근로자 비중은 2004년 71.45%에서 2023년 45.93%로 크게 줄었다.
특히 2023년도 20~29세 연령층의 근로자 비중은 10.10%로 줄어들어 70세 이상 연령층과 유사한 수준이 됐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50대 이상의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년간 중고령층 비중이 높은 9개 대표산업별 근로자의 연령대별 비율 변화를 보면, 20대는 숙박 및 음식점업을 제외한 전 산업에서 근로자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3년 청년층 근로자가 가장 많이 분포하는 산업은 숙박 및 음식점업이며 제조업 보건복지업, 도소매업이 그 뒤를 이었다.
30대는 전 산업에서 근로 비중이 줄었다. 다만 제조업 도소매업은 근로자 비율이 높았다. 40대의 경우 교육서비스업을 제외한 전 산업에서 근로 비중이 줄었다.
핵심노동력으로 간주되는 연령층의 근로비중이 줄고 50대 이상 인구층의 근로비중이 증가했다.

◆제조업 도소매 고령 상용직 늘며 고용안정성 개선 = 산업별 종사하는 근로인구의 변화를 보면, 우선 제조업은 청장년층의 비율이 줄어들고 중고령층의 근로자 비중이 늘었다. 전체 산업 중 근로자 비중이 가장 높다. 모든 연령대에서 상용직 근로자의 비율이 증가했다.
특히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2004년 대비 2023년 상용직 근로자의 비율이 30%p 상승했다. 임시 일용직의 비율은 20%p 이상 하락했다. 60대 이상에서 상용직 근로자 비율이 높게 증가한 점이 주목된다.
도매 및 소매업은 제조업 다음으로 근로자 비중이 높다. 지난 20년간 제조업과 비슷하게 청장년층 비중이 줄고 중고령층 비중이 높아졌다. 2004년 76.25%였던 청장년층이 2023년 50.92%로 줄었다. 상용직 근로자 비율이 증가했지만 임시 일용직과 비임금근로자 비중이 여전히 높았다. 특히 50대이상은 비임금근로자 비율이 2023년 40%을 넘어섰다. 임시일용직까지 더하면 절반을 넘어선다.
사업지원서비스업도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특히 모든 연령대에서 상용직 근로자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전체 산업 중 60세이상 상용직 비율인 가장 높았다. 사업지원서비스업도 고용의 지속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평가된다. 이 분야에 고령층 인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공공행정·보건복지, 60대 이상 임시직 급격한 증가 = 공공행정은 60세 이상 근로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2023년 대부분이 상용직이다.
다만 임시일용직 근로자 비율이 50대가 11.70%인 반면 60대가 78.98%, 70세 이상은 98.27%로 나타나 연령대별 노동시장 구조가 확연히 차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고령화에 따라 정부가 추진한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와 관련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업은 지난 20년간 근로자 비중의 변화가 가장 컸다. 20대의 경우 상용직 근로자 비율이 2004년에 비해 2023년 22.99%p 늘었다. 상용직 종사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중고령층 비중도 크게 늘었다.
60세 이상의 상용직 및 임시일용직 근로자 비율은 2004년 20.75%에서 2023년 80.77%로 크게 늘었다.
또한 70세 이상 임시일용직 근로자 비율이 2004년 0%에서 2023년 93.16%로 급증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증가와 함께 고령층의 역할이 중시되고 있는 셈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돌봄이나 요양 등 복지서비스 수요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공공행정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과 관련이 있다.
교육서비스업의 경우 20대 30대 근로자 비중이 상당히 줄어든 반면 40대 이상 근로자 비중이 모두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70세 이상의 경우 2004년 100% 비임근근로자였는데 2023년 상용직 근로자가 21.05%, 임시일용직이 68.42%, 비임금근로자가 10.53%로 나타났다. 지난 20년간 초고령자의 노동 공급에 다양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건설 운수 숙박음식, 고용 불안정 = 건설업의 경우 핵심 노동력으로 간주되는 젊은층 유입이 상대적으로 줄고 중고령층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 2004년에 비해 상용직 근로자 비율이 높아졌지만 2023년 중고령층에서는 여전히 임시·일용직·비임금근로자의 비율이 더 높다. 건설업의 불안정한 고용환경을 알 수 있다.
운수업은 40대 근로자 비중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60대에서는 대폭 증가했다. 70대 이상 비중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모든 연령층에서 상용직 근로자 비율이 증가하지만 2023년 60대의 비임근근로자 비율이 67.74%로 전체 산업 중 가장 높았다. 70대 이상에서는 80.18%로 나타나 운수업에서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숙박음식점의 경우 30 40대 연령층을 제외하고 근로자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비중이 증가한 유일한 산업이다. 20대의 상용직 근로는 26.01%, 임시일용직 63.28%, 비임금근로자가 10.70%로 나타났다. 대부분 종사상 지위가 불안정한 임시일용직을 첫 일자리로 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 수 있다.
◆신입 직장인 절반 이직하는 취업 현실 = 청년층은 대부분 상용직으로 취업하고 있지만 숙박 및 음식점과 도소매업에서는 임시 일용직 비중이 높다. 이는 청년층의 단기 일자리 경향을 반영한다.
청년층의 고학력화로 인해 기대하는 일자리 수준이 높아지면서 최종적으로 희망하는 일자리를 가지지 위해 노동시장 진입을 유보하면서 생계비 마련 또는 직업 경험 등 다양한 이유로 저숙련 일자리를 일시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저숙련 단기 일자리에 장기간 머물거나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청년 2명 중 1명은 첫 일자리에서 이직하며 임시직으로 진입한 청년들이 계약 종료 등 이유로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경우 경력 형성보다 질 낮은 일자리 취업을 반복할 수 있다.
오 선임연구원 등은 “청년층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국민연금 가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국민연금은 일정 가입기간을 충족해야 수급권을 획득할 수 있다. 만약 청년층 중 취업을 포기하고 집에 머무는 니트족의 비중이 높아지는 등 고용을 통해 가입기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며 이후 연금사각지대가 확대된다.
나아가 수급 금액도 낮아져 노후소득 미보장과 불평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재정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 선임연구원 등은 “안정적인 일자리 진입과 숙련 형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세대간 형평성 차원에서 제도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층 상용직 확대로 연금 안정성 도모 = 최근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임시 일용직 근로 비율이 높다. 특히 건설업 운수업 공공행정 보건복지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도소매업이나 음식 숙박업에서는 비임금근로자 비율이 높다.
지난 20년간 산업 전반에 걸쳐 상용직 근로자의 비율이 높아졌고 제조업에서는 고령층 비중이 높아졌다. 고용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 근로자가 원래 일자리에서 계속 고용을 유지하며 노동시장에 잔류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된 일자리에에서 퇴직 후 재취업하는 비중도 높다. 재취업하는 경우 근로조건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고령의 저임금 근로자는 주로 건설업 운수업 보건복지업 숙박음식점업에서 분포한다.
오 선임연구원 등은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안정적 상용직으로 근로를 지속할 경우 연금 가입기간이 길어지고 연금수급액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생계 유지를 위해 저임금 근로자로 고용을 유지하는 60~64세 고령층은 연금을 통한 소득 보장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