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가총액 200억원 미달 상장사 코스피 퇴출
상장폐지 요건 단계적 강화 … 2028년부터 500억원 미달시
심사절차 장기화 차단, 심의단계·개선기간 축소로 신속 결정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시가총액이 200억원에 못 미치면 내년부터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시가총액과 매출액 관련 상장폐지 요건이 과도하게 낮게 설정돼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실효성 낮은 상장폐지 요건과 함께 퇴출 심사에 오랜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배분의 비효율성,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저하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상장폐지 절차도 효율화된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은 21일 오전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기업들이 원활히 퇴출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하고 절차를 효율화하겠다”며 “상장폐지 제도의 개선과 함께 보다 효율적이고 투자자 보호가 이루어지는 시장구조를 만들기 위한 ‘주식시장 체계 개편방향’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올해 2분기 한국거래소 규정을 개정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 기준은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현재 시총 50억원인 코스피 상폐 기준은 내년부터 200억원으로 상향된다. 2027년부터는 300억원, 2028년에는 500억원으로 올라간다.
금융위는 “현재 최대 2.5%에 불과한 진입요건 대비 퇴출요건의 상대비율을 25%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이라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시총·매출액 기준, 199개사 상장폐지 대상 = 코스닥 기업들은 현재 시총 40억원인 상장폐지 요건이 내년부터 150억원,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상향된다.
매출액 요건은 코스피의 경우 시총 1000억원 미만 기업에만 적용된다. 현행 50억원에서 2027년 100억원, 2028년 200억원, 2029년 3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매출액의 경우 시총에 비해 단기에 대폭으로 증가시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코스피 기준 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6배 인상되는 것이다.
매출액 요건 강화와 함께 완충장치도 도입된다.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매출이 낮은 기업을 고려해 최소 시가총액 요건 총족시 매출액 요건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시가총액이 코스피 1000억원, 코스닥 600억원 이상이면 매출액 요건이 면제된다.
시가총액·매출액 상향과 관련해 현재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최종 상향조정 완료시 코스피에서는 62개사(약 8%), 코스닥에서는 137개사(약 7%)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이와함께 감사의견 미달요건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감사의견 미달 사유 발생 이후 다음 사업연도 감사의견 미달(사업보고서 미제출도 포함)시 즉시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감사의견 2회 연속 미달을 ‘이의신청 불가 형식적 사유’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회생·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추가 개선기간(1년)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감사의견 미달의 경우 이의신청이 허용되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로 이의신청시 개선기간을 부여하고, 다음 또는 다다음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하는 등 다소 완화적으로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다른 사유로 인한 상장폐지를 회피하고 심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고의로 감사의견 미달을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상장폐지 개선기간 최대 4→2년으로 축소 = 신속한 상장폐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도 효율적으로 바뀐다. 상장폐지 심사방식에는 형식적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 2가지가 있다. 형식적 사유는 사유 발생시 즉시 상장폐지가 되거나, 이의신청시 개선기간을 부여하는 방식이 있다. 실질심사는 사유발생시 실질심사를 통해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코스피의 경우 이의신청에 대한 개선기간은 최대 2년, 실질심사 개선기간은 최대 4년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의신청 개선기간은 최대 1년, 실질심사 개선기간은 최대 2년으로 축소된다. 코스닥의 경우 실질심사를 3심까지 진행했지만 앞으로 2심으로 바뀌고 실질심사 개선기간은 최대 2년에서 최대 1.5년으로 축소된다.
또 형식·실질 사유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두 가지 심사를 병행하고 하나라도 먼저 상장폐지 결정시 최종 상장을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는 두 가지 사유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실질심사를 중단하고, 형식적 사유의 개선기간 부여 및 심의완료 후 새롭게 실질 심사를 시작, 절차지연의 요인이 됐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절차 축소로 퇴출기업이 증가할 경우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퇴출기업 주식의 계속 거래가 지원된다. 현재는 상장폐지 기업의 비상장주식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는 금융투자협회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를 활용해 상장폐지 주식의 거래기반을 개선하기로 했다. 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해 6개월 간 거래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퇴출이 확대되더라도 투자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상장폐지 주식의 거래를 지원하고 관련 공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