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체육회 재정자립 법제화 추진되나

2025-01-21 13:00:04 게재

유승민 신임 대한체육회장 당선인

지방체육회·학교체육 활성화 공약

최근 유승민 전 IOC위원이 신임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되면서 침체된 학교체육과 지방체육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유 당선인이 선거과정에서 지방체육회 및 종목단체 자립성 확보, 학교체육 활성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플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호텔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전국 시·군·구 체육회 등에 따르면 유 당선인은 이번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때 ‘지방체육회 및 종목단체 자립성 확보를 통한 동반성장’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체육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예산지원 근거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학교체육 등에 관한 정책은 대외적 제약을 받지 않고 일관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방체육회는 지난 2019년 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을 금지하고 선거로 회장을 뽑는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열렸지만 예산은 100% 지자체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자체장과 정치성향이 다를 경우 갈등이 생기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유 당선인은 “지방비에 예산을 의존해온 지방체육회 입장에서는 정치적 독립을 위한 민간체육회장 시대가 오히려 지자체장에 의한 정치적 종속을 가속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해결방안으로 △지역별 조례 제정 의무화를 기반으로 법제화를 통한 지방체육회 재정독립 토대 마련 △지역 특성을 고려한 종목단체장 선거제도 유연화 △지방체육 지도자(학교운동부와 생활체육 지도자 등)와 직원 호봉제 도입 △사무처 직원 처우·복지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는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시·군·구 지방체육회에 일정 금액을 지원하겠다”며 “대한체육회의 수익 플랫폼을 통한 자생력 향상, 기업 및 미디어와 종목단체의 클러스터 구축, 종목 기금 활용의 탄력적 운용 등도 연구하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유 당선인은 지방체육회 등 현장을 다니며 들은 얘기를 토대로 선거 공약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기지역 A시 체육회장은 “선거과정에 만나보니 선수 출신 지도자로 많은 것을 접해 현장의 문제를 잘 알고 있었고 나름대로 제시한 해법이 선수, 실무자, 지도자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학교체육’ 활성화도 유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다. 그는 선거기간 보도자료를 내 “한국 엘리트체육의 근간인 학교체육이 고사된다면 한국 스포츠 위상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학교체육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학교 운동부는 선수 수급이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

유 당선인은 이와 관련 “선수들에게 운동은 취미나 건강관리 차원을 넘어선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비현실적인 최저학력제는 폐지해야 맞다고 본다”고 했다. ‘체육 특성화 대안학교 설립’ ‘1교 1기 운동’ 등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전국에 있는 체육중·고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당장 시행이 어렵다면 소속은 유지하되 위탁교육이 가능한 형태 등 방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저학력제 폐지, 체육특성화 대안학교 등을 추진하려면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기관은 물론 정치권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학교운동부 선수 출신인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경계가 사라지고 여성 생활체육인구의 폭발적 증가 등 변화하는 현실에 맞게 체육계도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이번 체육회장 선거에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며 “학교체육 등 체육계의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 당선인은 체육회장 당선 인사에서 “체육계의 현안이 많지만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며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많은 체육인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28일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하는 유승민 신임 회장 체제가 체육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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