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악재’ 골든타임 놓칠라

2025-01-21 13:00:03 게재

‘트럼프 2기’·탄핵정국

컨트롤타워 부재로 위기

탄핵정국 속에서 ‘트럼프 2기’를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따른 ‘컨트롤타워 부재’는 ‘불확실성’에 ‘불확실성’을 더해주고 있다. 정치권은 양 극단의 지지층을 향한 행보들을 이어가면서 불확실성의 강도를 강화시키고 있다. 국정협의체는 가동조차 못하고 있고 여야의원들은 미국에 가서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대책마련이 시급한 ‘골든타임’에 정치가 ‘악재’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진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 도로에 경찰버스로 차벽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21일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국정협의체 운영을 위한 실무협의가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여야간 대치국면에서 국정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여야는 탄핵정국과 트럼프 2기 출범이 겹치면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진단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 사태는 물론 ‘3고(고환율·물가·금리) 현상’마저 지속돼 유례가 없는 대내외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런 환경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의 의미는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고 했다. 민주당 기획재정위원들은 전날 긴급토론회를 갖고 “경제정책불확실성 충격영향분석(EPU, Economic Policy Uncertainty)에 의하면 탄핵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0.4%p 이상 하락하고 투자는 0.8~1.2%p 감소한다고 한다”며 “트럼프 2기 정부의 보편 관세 적용과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세계 경제의 하방위험이 커진 가운데, 장기 부진에 빠진 내수와 투자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거대양당은 12.3 내란사태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 제안으로 구성한 국정협의체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9일에 첫 실무협의에 들어갔지만 명확한 입장차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여야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대화 불가’ 입장을 보였다. 그러고는 다음 실무협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정협의체에서 논의할 의제조차 정하지 못할 정도로 상대방이 제안한 안건을 협상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체포, 구속, 서울 서부지법 난입사건 등으로 여야와 이들의 극단적 지지층간 대립구도가 더욱 날카로워지면서 대화 시도 자체가 실종됐다. 반도체법, 추가경정예산 등 여야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럼프 2기 시대를 대비하고 불확실성 해소에 나설 방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여야가 각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과 관련 “관세와 무역, 통상 등 미국우선주의가 가져올 변화에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며 “정부도, 국회도 실용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대전환의 파고를 지혜롭게 넘어가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불확실성을 매듭짓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할 시기”라며 “민주당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정협의를 이어가면서 정책 주도권을 쥐고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를 통해 내수 활성화, 민생경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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