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생·경제 행보 ‘반 이재명’ 극복할까

2025-01-21 13:00:11 게재

민주당, 10대 민생입법 과제 등 ‘수권정당’ 면모 강화

국민의힘, ‘대권놀음’ 공세 … 최상목 ‘비협조’ 걸림돌

거대양당 조기 대선 준비 본격화, ‘갈등 전면화’ 우려

내란사태를 계기로 정권심판론을 부각하며 여권을 공격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민생·경제행보 강화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 구속·수사 등에 대한 언급은 삼간 채 ‘민생 회복’ 메시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조기대선을 염두에 둔 수권정당 면모를 세워 지지층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민생경제 회복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서 은행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국민의힘은 ‘가짜 민생·대권놀음’ 행보라며 이재명 대표 때리기 강도를 높이고 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비협조 태도는 진행형이다. 여권의 ‘반이재명’ 프레임 반격에 대표와 민주당의 구상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행장 만나고, 10대 민생입법과제 =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일 6개 시중 은행장들을 만나 “어려운 때이기 때문에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방안들을 충실하게 잘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민주당-은행권 현장 간담회’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도움이 절실할 텐데 원래 금융기관의 기본 역할은 지원 업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간담회가 고금리·고환율에 따른 은행권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상생 금융을 비롯해 금융 취약계층 지원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자리라고 소개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강태영 농협은행장 등 6개 시중 은행장과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 등이 함께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은 이날 오전 지역화폐 정부지원 의무화 등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10가지 주요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 지원법안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법 △중간착취 방지 4법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법 △주택도시기금법·주거기본법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 등이다. 지난 1차 회견에서 ‘20조원 추경’을 촉구한 후 민주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민생입법 과제를 추가로 제시한 것이다. 민생경제회복단장인 허 영 의원은 “지역화폐는 지역 외 유출을 막고 내수를 증대시키며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정부도 추경을 통해 경제 불확실성을 더욱더 줄일 수 있는 시급한 응답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도층 이탈 우려에 “수권 신뢰감 줘야” = 민주당은 앞으로도 경제계·소상공업계 등과 소통을 강화하며 민생우선 수권정당의 면모를 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민생 우선전략은 제1당 이미지 강화와 더불어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층 이탈 현상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유권자 층에서 원내 1당인 민주당에 보다 신뢰감 있는 대안과 정국안정책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여론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며 “수권정당으로 신뢰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 행보로 민심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축으로는 여론조사 등에서 나타난 중도층의 이탈현상을 대비한 대응책이란 평가도 나온다. 20일 이재명 대표를 만난 상임고문단도 “의원들은 언행에 유의하고, 점령군이나 개선군 같은 모습을 절대 보이면 안 된다” “여론조사 결과도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재성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은 “민주당이 탄핵소추·내란특검법 등을 주도하면서 나타난 ‘윤 대통령 사형’ ‘외환죄’ 등등의 실책이 중도층에 ‘윤 대통령 탄핵을 이재명 대표 정치적 시간표에 맞추려고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탄핵에 대한 여론 등을 고려하면 윤석열 내란사태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민주당이 대안정당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 대표와 민주당의 민생행보가 중도층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반 이재명 프레임’ 총공세 = 국민의힘이 ‘이재명은 안 된다’며 총력전을 펴는 것도 민주당의 방향전환을 막는 걸림돌이다. 윤 대통령 구속 후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연일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의 민생행보를 ‘대권 놀음’이라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가짜 민생행보라고 비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0일 이 대표가 6개 시중 은행장과 현장 간담회를 연 것을 놓고 “행동은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를 하면서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는 것은 위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6대 은행장들을 소집해 군기 잡기에 나섰다”며 “‘민생경제 회복’, ‘상생 금융 확대’라는 그럴 듯한 포장을 했지만 실상은 민생 행보를 가장한 이 대표의 ‘대권 놀음’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겠나”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추경편성 요구와 관련해 “이재명표 지역화폐를 제외하면 논의할 수 있다”면서 역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주장의 연장이다.

여기에 최상목 권한대행의 비협조도 민생행보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힌다. 추경 편성에 대한 부정적 입장은 물론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온 각종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최 대행을 공격할 경우 ‘민주당의 과속’ 논리에 스스로 갇힐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음에도 정부의 협조없이는 정책 성과를 낼 수 없는 야당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의 민생행보가 여권의 반이재명 공세를 이겨낼 수 있을까.

최창렬 교수는 “국민의힘의 극우적 행태는 중도층 이탈을 부추기는 잘못된 선택이고 이 대표에 대한 공세 모두가 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여당을 이탈한 민심이 야당에게 반사이익으로 작용할지는 유동적”이라고 평가했다. 설 연휴 이후 내란사태에 가려져 있는 이 대표와 관련한 재판 이슈 등이 부상할 경우 여론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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