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능 탐구 선택 급변, 향후 경향은

2025-01-22 13:00:10 게재

과학탐구 2과목 11% 감소, 사회탐구 선택 증가 … 학업량•난도차에 중위권 고민

2025 대입에서 ‘사탐런’ 이슈가 수능 탐구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과학탐구 선택자는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사회탐구 선택자는 증가했다. 2025 수능 탐구 채점 결과 ‘화학Ⅰ’은 만점을 받아도 표준점수 65, 백분위가 97에 불과했고 ‘생활과 윤리’는 만점 표준점수 77, 백분위 100으로 선택 과목별 유불리는 올해도 발생했다. 2025 대입에 나타난 현상은 2026학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이 자연계열의 과탐 지정을 폐지하면서 과탐 중위권 선택자는 사탐으로 이동하고 의대 증원으로 상위권 졸업생은 늘어나면서 과탐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에 따라 3등급 이하이거나 안정적인 등급이 나오지 않는 수험생은 과탐을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 입시에서 정해진 답은 없다. 탐구는 매년 변동성이 크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불리를 판단할 수도 없다. 탐구 선택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짚어봤다.

2025학년도 수능에서 탐구 영역 선택 인원이 전년과 크게 달라졌다. 2023~2024학년도에 증가했던 과학탐구 선택 인원이 2025학년도에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25학년도 기준으로 고려대 인천대 홍익대 등을 제외한 대다수 대학이 자연 계열 지원 시 과학탐구 지정을 폐지했가. 정시에서 탐구 통합 변환 표준점수를 사용하면서 어렵고 공부할 내용이 많은 과탐보다는 비교적 쉽다고 평가받는 사탐 과목으로의 변경을 고민하는 수험생이 늘었다. 과탐 3등급 이하 또는 중위권에서는 과탐 1과목을 사탐으로 바꾸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탐구 선택 비율의 뚜렷한 변화 = 2024~2025학년도 수능 탐구 선택자를 비교하면 사탐 2과목을 선택한 인원은 2024학년도 19만9886명에서 2025학년도 22만3181명으로 증가했지만 과탐 2과목 선택 인원은 21만3218명에서 17만4166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비율로 보면 사탐 2과목 선택 비율이 46.26%(2024학년도)에서 49.87%(2025학년도)로 증가했고 반대로 과탐 2과목 선택 비율은 49.65%에서 38.92%로 감소했다.

특히 과탐과 사탐을 1과목씩 선택한 비율이 2024학년도 3.71%(1만5927명)에서 2025학년도 10.66%(4만7723명)로 크게 증가했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는 “2026 수능 탐구 선택은 2025와 비슷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모의고사와 수능 접수 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과탐에서 안정적인 등급이 나오지 않는 학생은 2025보다 사탐으로 더 많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줄어드는 과탐 인원으로 예비 고3 학생의 탐구과목 선택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목표 대학과 과탐 가산점 적용 여부, 본인의 성향과 교육과정에서 배운 과목 등을 고려해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목별 응시자 수와 등급 컷의 상관관계 = 수능 탐구는 과탐 8개, 사탐 9개 총 17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하는데 과목별 응시자 수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2025 수능에서 탐구 과목 중 가장 많은 학생이 선택한 과목은 ‘사회·문화’였다. 16만5456명이 선택했다. 그 뒤로 ‘지구과학Ⅰ’(14만2672명), ‘생활과 윤리’(15만7938명), ‘생명과학Ⅰ’(12만9818명) 순이었다. 반대로 응시자 수가 가장 적은 과목은 ‘지구과학Ⅱ’(4508명), ‘물리학Ⅱ’(5148명), ‘화학Ⅱ’(5360명), ‘생명과학Ⅱ’(6909명) 순이었다.

상대평가로 등급을 산출하는 영역이므로 응시자 수에 따라 상위권 등급을 받는 인원도 달라진다. 2025 수능에서 응시자 수가 가장 많았던 ‘사회·문화’의 1등급 인원은 9486명이었지만, 가장 인원이 적었던 ‘지구과학Ⅱ’의 1등급 인원은 183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응시자 수의 차이는 과목별 난이도와 함께 수험생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과탐Ⅱ 과목들의 경우 응시자가 적어 소수의 실수나 출제 난이도에 따라 등급 컷이 크게 변동할 수 있다는 점이 수험생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학Ⅱ’나 ‘생명과학Ⅱ’의 경우 한 문제 차이로 2~3등급이 바뀌는 경우도 있어 안정적인 성적 관리를 원하는 학생들은 선택을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심재준 서울 휘문고 교사는 “상위권 학생들은 여전히 과탐 2개 과목을 선택하고 있다”며 “다만 중위권 학생들이 사탐으로 이동하면서 응시자 수가 적고 상위권이 두꺼운 과탐에서 상위 등급을 받는 것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탐에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는 대학이 목표라면 자연 계열 진학을 희망하더라도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과탐을 버겁게 끌고 가기보다 학업 부담이 덜한 사탐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탐구 과목 선택, 전략적 접근 필요 = 2025 수능은 탐구영역에서 사탐은 어렵게, 과탐은 평이하게 출제되었다. 이러한 출제 경향은 탐구영역 선택 인원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탐 선택 인원이 감소하고 사탐 선택 인원이 증가하면서 평가원이 과목별 난이도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2025 수능은 사탐은 어렵게, 과탐은 조금 평이하게 출제됐다”며 “사탐 선택자가 많아지니 사탐은 어렵게, 응시자가 적은 과탐은 쉽게 출제하려는 평가원의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응시자 수는 적지만 학업 역량이 높은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과탐은 백분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다”며 “특히 ‘화학Ⅰ’은 만점을 받아도 백분위가 97, 3점짜리 1개를 틀리면 백분위가 90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과탐 선택자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물리학Ⅰ’과 ‘화학Ⅰ’의 경우, 응시자가 적고 상위권 학생들이 집중되어 있어 작은 실수도 치명적일 수 있다. 한 문제 차이로 1등급과 2등급이 갈리는 경우가 많아, 수험생들의 심리적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창욱 광주 대동고 교사는 “올해 탐구는 사탐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과목 간의 표준점수나 백분위 차이가 크지 않았다”며 “전반적으로 잘 출제한 시험이었고 덕분에 교차지원을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러한 출제 경향은 2026학년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수험생들은 이를 고려해 탐구 영역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오는 11월 수능을 앞둔 수험생은 탐구 영역 응시 과목을 어떤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 장 교사는 “건국대처럼 과탐·사탐 구분 없이 반영하는 대학이 최종 목표라면 과탐·사탐을 떠나 공부하기 수월하면서 점수가 안정적인 과목, 즉 응시자 수가 많은 과목을 고르는 게 좋다”면서도 “주요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과탐 2개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자연계열 지원 시 과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보통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에 지원 시 사탐으로 변경한 효과가 있으려면 과탐에서 받는 등급보다 1등급 정도는 높게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구과학Ⅰ’과 ‘사회·문화’를 선택 =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에 입학 예정인 김단이 학생(경기 용인홍천고)은 수능 탐구 영역에서 독특한 선택을 했다. 자연계열 지원자임에도 ‘지구과학Ⅰ’과 ‘사회·문화’를 선택했다.

김 학생은 고2 때까지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을 이수했다. 하지만 ‘물리학Ⅰ’의 역학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껴 ‘지구과학Ⅰ’으로 변경했다. ‘지구과학Ⅰ’은 늦게 시작했지만 매일 3~4시간씩 개념 강의와 기출문제 풀이에 집중했다. ‘생명과학Ⅰ’은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불안정했다. 특히 6월 모의평가에서 4등급을 받은 후 김 학생은 과감히 ‘사회·문화’로 전환했다. 자연계열 지원 시 과탐 가산점을 포기하는 결정이었지만 ‘사회·문화’에서 1등급을 받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사회·문화’는 과탐에 비해 개념이 적고 과학적 사고에 익숙했던 김 학생에게 도표 문제도 수월했다. 다만 지문과 선지의 세세한 표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지구과학Ⅰ’은 개념을 정확히 알면 3등급까지는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었지만 많은 개념을 혼동하지 않도록 반복 학습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김 학생은 수능에서 국어 수학 ‘사회·문화’에서 1등급을, ‘지구과학Ⅰ’에서 2등급을 받았다. 수능 후 모의지원 과정에서 과탐 가산점의 영향력을 실감했지만 그는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학생은 후배들에게 “과탐에 대한 미련으로 맞지 않는 과목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과목 변경은 신중해야 하며 한번 결정했다면 수능까지 밀어붙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리학Ⅰ’과 ‘생명과학Ⅰ’을 선택 = 박성제 학생은 고려대 사회학과 재학생으로 의약대 정시에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원 중인 과학탐구 영역에서 ‘물리학Ⅰ’과 ‘생명과학Ⅰ’을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고교 시절의 경험에 기반했다. 고1 때 ‘공통과학’ 시험에서 지구과학 부분을 자주 틀리면서 자신감이 떨어졌고 고2 때는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을 이수했다.

박 학생은 ‘물리학Ⅰ’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물리학Ⅰ’은 개념이 적고 쉽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비역학 단원의 개념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것이다. 다만 수능에서는 개념 문제의 난도가 낮고 신유형이 출제되지 않아 기출문제 반복 학습이 효과적이었다. 실제로 그는 기출문제를 5번 이상 반복 학습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다. ‘생명과학Ⅰ’은 과탐 중에서도 신유형과 킬러 문제가 많은 과목이다. 박 학생은 20문제 중 등급을 가르는 6문제(비유전 2문제, 유전 4문제)보다는 나머지 14문제의 개념을 익히는 데 집중했다. 그는 “‘생명과학Ⅰ’은 만점을 받기는 어려워도 2~3등급을 받기에는 좋은 과목”이라고 평가했다.

2025 수능에서 두 과목 모두 1등급을 받은 박 학생이지만 만약 다시 선택한다면 ‘물리학Ⅰ’ 대신 ‘지구과학Ⅰ’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물리학Ⅰ’은 선택자가 적고 상위권이 두꺼워 시험 난도에 비해 등급 컷이 높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박 학생은 후배들에게 “과탐은 개념뿐 아니라 기출문제, 사설 모의고사 등 다양한 문제를 완벽에 가깝게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하되 응시자 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수 기자·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