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노사 커뮤니케이션은 경영자원이다

2025-01-22 13:00:03 게재

기업의 노사는 경영과 인사노무에 있어서 의견이 일치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있다. 전자는 기업의 매출액이나 이익 등 업적을 높이는 것이고 후자는 이익 배분을 둘러싸고 임금 등 노동조건을 어느 정도 높일 것인가다. 후자의 문제, 즉 노사대립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자의 문제, 즉 부가가치의 최대화를 도모해 노동조건의 절대적인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노사대립의 최소화와 부가가치의 최대화를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을까? 하나의 해법이 원활한 노사 커뮤니케이션이다.

필자는 2006년과 2012년 일본의 중소기업 사장을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노사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기업일수록 기업 경영정보를 일반 종업원에게 많이 공개했다. 경영정보 중 매출액 이익 인건비 교제비 임원보수 등 금전적인 정보일 수록 더 많이 공개했다. 노사 커뮤니케이션에 긍정적인 기업이 실제 경영정보를 종업원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해 노사 커뮤니케이션의 여지를 넓히고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잘 될수록 위기극복 성과

노사 커뮤니케이션의 경영자원성에 관해 몇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노사 커뮤니케이션에 긍정적인 기업일수록 1990년 이후 업적악화에 따른 경영위기를 경험한 기업 비율이 낮았다. 일반 근로자의 의견, 요망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노사 커뮤니케이션 ‘부정형’이 경영위기를 경험한 비율은 60.6%이었다. 반면 일반 근로자의 의견, 요망을 충분히 파악하려고 하는 노사 커뮤니케이션 ‘긍정형’이 50.9%로 약 10%p 낮았다.

둘째, 노사 커뮤니케이션의 긍정형일수록 종업원 관리상의 문제를 적게 겪고 있다. 종업원에게 ‘일할 의욕이 없다’ ‘기능수준이 낮다’ ‘능률이 나쁘다’ ‘팀워크가 없다’ 등에서 긍정형이 부정형보다 크게 낮았다. 예를 들어 ‘일할 의욕이 없다’는 긍정형이 5.5%밖에 응답하지 않았으나 부정형은 15.9%로 3배 정도 높았다.

셋째, 노사 커뮤니케이션의 긍정형일수록 경영에 대한 종업원의 협조적인 응답이 높았다. 즉 긍정형이 87.1%로 부정형의 72.0%보다 약 15%p 높았다.

2012년 설문조사에서는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는지도 조사했는데 노사 커뮤니케이션의 긍정형일수록 완전히 극복했거나 극복 중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긍정형이 67.3%로 부정형의 57.6%보다 약 10%p 높게 나타났다.

기업이 위기극복을 위해 종업원에게 취한 조치를 보면 ‘위기극복을 위해 회사와 일체감을 갖도록 요청’ ‘기업 업적 실태를 설명’ ‘업무 효율화 요청’ ‘임금이나 상여금의 삭감에 대해 이해를 구함’ ‘고용은 지킨다고 안심시킴’, 그리고 ‘경영에 대한 의견을 구함’ 등의 조치를 긍정형이 부정형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실시했다.

직장의 분위기에서도 긍정형일수록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특히 ‘사원이 자주성을 발휘하고 있음’ ‘부하나 후배를 육성하려고 함’ ‘일을 서로 도와주고 있음’ ‘솔직히 말할 수 있음’ ‘일 이외의 것에도 서로 상담’ ‘사원이 생동감 있게 일하고 있음’ 등에 긍정형이 부정형보다 10%p 높게 응답했다.

마지막으로 ‘과거 5년간 종업원의 자기 사정에 의한 퇴직률’은 긍정형이 2.9%인데, 부정형은 12.6%로 큰 격차가 있었다. 노동력 부족이 심한 일본 기업에서는 퇴직률이 낮은 것은 기업 경영에 매우 유리하다.

현재의 경영환경 극복하는 데 도움될 것

급격한 기술 변화, 저출산 고령화와 내수침체, 글로벌화와 그로 인한 국제적인 기업경쟁의 격화,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보호무역주의 등 기업경영을 둘러싼 어려운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부가가치 최대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론 경영자의 판단 능력,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의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노사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요구된다.

앞서 일본의 조사에서 확인한 노사 커뮤니케이션의 경영자원성을 우리나라 기업이 살리면 현재 심각한 국내외적 환경을 극복하는데 큰 시사점이 되리라 믿는다. 즉 노사 커뮤니케이션의 경영자원성을 살려서 부가가치를 극대화해 기업 이익을 다른 기업에 비해 더 많이 내고, 그것을 종업원의 임금 등 노동조건 향상에 배분하면 노사대립의 최소화로도 연결될 것이다. 그런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