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때린 국민의힘 이번엔 헌재 흔들기?
권성동, 헌재 ‘항의성 방문’
“민주당 탄핵독주 판단 먼저”
이재명-문형배 대행 친분 거론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절차를 모조리 ‘불법’이라고 호도한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로 눈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신속한 진행을 문제 삼으며 헌재의 불공정성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구속, 법원의 영장 발부에 대해 ‘불법’이라는 논리를 제공하며 법원 난동 사태의 책임이 작지 않은 여당이 이제는 헌법기관인 ‘헌재 흔들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여당이 사법기관에 대해 끊임없이 불신을 조장하면서 보수의 주요 가치인 ‘법치’를 흔들고 있다.
22일 오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재를 방문했다. 공정한 탄핵 심판을 요구하는 항의성 방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헌재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등 다른 건은 미뤄두고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서만 지금 끌고 가는 상황”이라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항의하고 공정한 심판을 요구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 총리 탄핵 심판 건은 국정 안정을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야 될 문제인데 헌재가 계속 시간을 끌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연쇄 탄핵으로 국정이 붕괴될 판인데 그에 대한 기준을 세워줘야 ‘줄 탄핵’에 대한 제동이 걸릴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3차 변론이 열린 21일 국민의힘은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헌재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 심판은 1차 준비기일부터 2차 준비기일까지 고작 7일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한덕수 권한대행은 23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35일이나 걸렸다”면서 “대통령 탄핵은 두 번의 준비기일을 모두 마치고, 오늘 벌써 세 번째 변론기일이다. 그보다 이틀 전에 탄핵이 가결된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아직 준비기일 일정 조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왜 이렇게 불공정한가”라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도 거대 야당의 줄 탄핵은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거론된 만큼 대통령 탄핵 결정 이전에 민주당의 탄핵소추 독재에 대한 판단을 먼저 내려야 대통령 탄핵 심판이 완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헌재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10건의 탄핵소추를 동시에 진행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 총리 탄핵 심판을 먼저 끝내야 국정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여당의 강변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최대한 끌어 선고 일정을 늦추려는 ‘지연 전략’과 맞닿아 있다.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가능한 한 시간을 벌어보자는 심산이다.
이밖에 문형배 헌재 권한대행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분을 언급하며 헌재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문형배 대행이 이재명 대표와 과거 연수원 시절 동기로서 노동법학회를 함께 하며, 호형호제하는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법조계에 파다한 이야기”라면서 “문 대행이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이자 대통령에 대한 실질적 탄핵 소추인인 이 대표의 절친이라면 헌재소장 대행으로서 탄핵 심판을 다룰 자격이 과연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또 문 대행은 사석에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에 대해, 유죄판결이 나오는 게 이상했다고 언급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문 대행 체제의 헌재 탄핵 심판이 편파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인식을 줄 만한 언급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영장 집행에 대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했던 국민의힘이 또 다시 사법시스템에 불신을 심어주는 언행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확산될 경우 향후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오더라도 그에 불복하고 국론이 분열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우려스럽다.
이와 관련해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오전 SBS 라디오에서 “동기들과 정치적 성향이 같은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이 있는데 동기라고 다 그렇게 짬짜미하느냐”면서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 잘못된 것이고, 거기에 대해 책임져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