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발전, 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할 수 있나

2025-01-22 13:00:06 게재

전기 2만MW 생산하는 데 7만MW 필요 … 고비용에 낮은 효율, 생태계 훼손 ‘걸림돌’

태양광발전은 밤이 되면 먹통이 된다. 풍력발전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멈춘다. 24시간 발전할 수 없는 태양광과 풍력의 이런 특성을 ‘변동성’ 혹은 ‘간헐성’이라고 한다. 양수발전(pumped-storage hydroelectricity, PSH)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을까? 원전의 잉여전력 처리를 위해 설치해온 양수발전이 태양광과 풍력의 시대에 전기에너지 저장장치로 쓰일 수 있을까?

국제수력협회(IHA) 보고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100개가 넘는 새로운 양수발전 사업이 진행중이다. 2030년까지 전세계 양수발전 설비용량은 238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동북아시아(104GW)와 북미(53GW) 지역이 65%를 차지한다. 이어 동남아시아와 호주 24GW, 남아시아 21GW 등이다.

수력발전댐을 양수발전으로 전환하기도

중국은 2020년 기준 31GW의 양수발전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2030년까지 120GW로 확대하기 위해 55GW를 추가로 건설중이다. 세계 최대 3.6GW 규모의 펑닝양수발전소도 중국 허베이성에 있다. 중국이 현재 건설중인 풍력 및 태양광발전소는 339기가와트(GW) 규모로 전세계 풍력 및 태양광발전 규모의 64%에 이른다.

미국은 수력발전량의 20%를 양수발전에서 얻는다. 양수발전은 2020년 미국에서 2만1073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을 공급했다. 그러나 발전량보다 양수펌프에 소비되는 에너지가 더 많아 전력순생산은 마이너스 5만321MWh를 기록했다. 2만MWh의 전력을 양수발전으로 생산하기 위해 7만MWh의 전력을 썼다는 얘기다.

‘분산형 양수발전 기반 혼잡도 개선에 따른 효용성에 관한 연구’(이경민 박철원. 2025) 논문에 따르면 현재 호주는 버려진 광산을 활용한 양수발전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고 칠레는 아타카마사막에 해수 양수 시스템을 추진중이다. 스페인은 양수발전과 ESS(에너지저장장치) 융복합, 독일은 기존 수력발전댐을 양수발전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에너지저장 분야로 ‘양수발전’ 명시

인류가 본격적으로 전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42년 전이다. 1882년 9월 4일 에디슨이 석탄화력으로 가동하는 발전기를 뉴욕 맨해튼에 설치하고 백열등을 밝히기 위해 첫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전기는 실시간 에너지다. 발전기가 돌고 있을 때만 생산되고 그 전기를 실시간 소비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지금까지 인류는 전기를 저장할 고민을 별로 하지 않았다. 대신 발전소를 24시간 가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규모 석탄화력이나 원자력발전은 24시간 가동된다. 출력을 조절하기가 어려워 전력수요가 적다고 발전량을 줄이지 않는다.

전력계통은 전기가 부족해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가 발생한다. 양수발전은 이런 시스템에 딱 들어맞는 전기 저장방식이다. 한수원 홈페이지는 ‘양수발전은 원전과 화력발전소의 출력변화를 막고 열효율과 이용률 향상에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더해 ‘양수발전은 태양광과 풍력이 늘어날수록 변동성이 강한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80년 청평 양수발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는 현재 총 7개, 4700MW의 양수발전소가 운영중이다. 양수발전은 국내 수력 발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전력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총 수력 발전 거래량 7500MWh에서 양수발전은 3784MWh(50.4%)를 기록했다. 정부는 ‘제5차 신재생 에너지 기본계획’에 에너지 저장기술 고도화를 위한 중점 투자 분야로 ‘양수발전’을 명시했다.

18일 오전 강원도 홍천군 풍천리 홍천양수발전소 하부댐 예정지에서 원주녹색연합 박성율 공동대표가 하부댐과 상부댐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남준기

1기당 사업비 평균 1조5000억원

“윤석열정부 들어 양수발전소 규제 풀고 지원해준다니까 지자체들도 우후죽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수발전소는 발전소가 아니다. 발전량보다 물을 양수하는 데 들어가는 전력 소모량이 더 많고 생태계 훼손도 크다. 전기를 저장하는 효율적인 방식을 고민하는 게 낫다.” 박성율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의 말이다. 17일 오후 양수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의 활동가들이 강원도 홍천에 모였다. 이들은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양수발전소 건설에 공동대응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날 모인 활동가들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에 대해 “지역과 지역, 현세대와 미래세대, 생태계와 인간문명 사이에 불평등이 없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이들은 양수발전에 대해 “지역과 지역의 불평등을 가져오고, 미래세대에 핵폐기물 부담을 떠넘기는 원전에 의존하며, 자연생태계를 대규모로 훼손하는 사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18일 오전 홍천양수발전소 예정지인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를 방문했다. 주민들 안내로 하부댐 예정지 일대를 돌아보았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강원도 홍천군과 춘천시 경계 가리산(1051m) 자락과 홍천강 상류 풍천천 일대에 600MW 규모의 양수발전소 건설을 추진중이다.

양수발전소는 전기가 남는 시간에 산 위에 만든 저수지(상부댐)로 물을 끌어올렸다가 전기가 필요한 시간에 산 아래 저수지(하부댐)로 물을 내리면서 발전을 한다. 홍천양수발전소 상부댐은 가리산 인근에, 하부댐은 풍천리에 설치될 예정이다. 하부댐과 상부댐 사이에는 관리용 도로가 개설된다. 사업비는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풍천리 일대는 다수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자연생태등급 1급지로 지정된 천혜의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곳이다. 하부댐에 수몰되는 50여가구가 마을을 떠나야 하니 주민들은 기가 막히는 상황이다.

“우리 희생이 진짜 나라에 도움이 된다면 양보하겠다.” “양수발전소는 한해 적자만 2000억원인데 또 짓겠다고 한다.” 풍천리 주민들은 지난 6년 동안 양수발전소 건설에 반대해서 싸웠다. 한 주민은 “양수댐으로 관광 활성화한다고? 양양양수댐 갔더니 국가중요시설이라 사진도 못 찍게 하더라”며 “홍천양수발전 유치에 찬성했던 번영회장도 내막을 알고 나서는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수발전은 첨단 발전시설이 아니라 ‘낡은 방식의 전기에너지 저장시설’이다. 수백미터 이상 발전용수를 끌어올려야 하니 에너지 효율도 낮다. 지구 생태계를 지키려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시대에 생태계를 훼손하는 건 정의로운 전환과도 거리가 멀다. 1기당 1조원 이상의 토목공사 비용, 10년 가까운 건설과 시험기간이 필요하다.

밤낮과 계절 가리지 않는 밀물과 썰물

양수발전보다 효율적인 전기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고민하는 게 낫다. 전기에너지 저장의 첫번째 게임체인저는 ‘ESS(에너지저장장치)’다. 전기를 소비지역 가까이 저장할 수 있고 생태계 훼손도 적다. 용량과 비용, 안전성 모두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양수발전소를 건설하는 10년 동안 비용과 용량에서 양수발전을 앞설 것이다.

두번째는 ‘전기자동차’가 될 수 있다. 전기자동차 1대의 배터리 용량은 한국 평균 가정용 전력을 기준으로 한달치가 넘는다. 전력요금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면 지능형 충전기가 알아서 싼 시간에 충전하고 비싼 시간에 저장된 전기를 판매할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모두 전기차로 대체된다면 ESS 이상의 전기저장장치 역할을 할 것이다.

세번째는 ‘해양에너지’다. 밤낮과 계절, 날씨를 가리지 않는 밀물과 썰물의 ‘항상성’이 태양광과 풍력의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다. 탄소 흡수원인 갯벌을 훼손하지 말고 기존의 방조제를 역간척해서 조력발전소로 재활용하면 된다. 2023년 시화조력발전소가 생산한 전력량이 한국전력거래소 판매량 기준으로 438MWh나 됐다. 양수발전소 1기와 맞먹는 양이다. 우리나라 서남해에는 조력발전이 가능한 대규모 방조제가 17곳이나 있다.

네번째는 ‘동북아 전력망 그리드’다. 중국은 내몽골을 중심으로 이미 세계 최대 풍력·태양광 단지를 만들었고 여기에 339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시설을 추가할 예정이다. 여기서 생산된 깨끗한 전기에너지를 고압직류송전으로 중국 동해안 공업지역으로 보내는 게 목표다. 중국-몽골-러시아-북한-한국-일본-대만-중국을 잇는 전력망 네트워크를 만들면 나라별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은 상당 부분 보완될 수 있다.

남준기 기후재난연구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