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7광구 탐사·개발 일본상대 소송’ 법원 “각하”
“국가 주권적 행위, 재판권 면제”
“사법적 행위 아닌 공법적 행위”
시민단체가 더 늦기 전에 제7광구의 탐사와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며 일본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법원이 각하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8부(박준민 부장판사)는 21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각하로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청구가 부적법할 때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이 소송은 우리나라 법원에 재판권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일본국)의 행위는 이 사건 협정 종료 이후 특히 7광구를 두고 양국 사이에 예상되는 갈등 양상과 그 종국적인 목적 및 내용에 비춰 사경제적 또는 상업적 성질을 갖는 사법적 행위라기보다는 공법적 행위로서 주권적 성격에 가깝다”며 “일본국의 협정 이행 여부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짚었다.
제7광구는 제주도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바다 밑에 있는 남한 면적 70~80% 크기의 대륙붕으로 해저에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고 추정되는 곳이다.
197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공포하면서 일본과 중국보다 먼저 7광구 영유권을 선포했다. 그러자 지리적으로 더 가까웠던 일본이 반발하며 공동 개발을 요구했고, 양국은 1978년부터 50년간 발효되는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을 맺었다.
이후 대륙붕 대신 배타적경제수역(EEZ) 개념이 등장해 영유권 주장에 유리해지자, 일본은 1986년 돌연 개발중단을 선언했다. 이대로 2028년 협정이 만료되면 7광구의 상당 부분이 일본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서민위는 “일본 정부는 협정 당사국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지금까지 공동 개발구역에서의 자원개발 탐사나 개발이 이뤄지지 못하게 했다”며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2023년 이 사건 소송을 냈다. 그러나 일본은 공동개발은 물론이고 소송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한일협정은 2028년 6월 끝나지만, 오는 6월 22일부터는 두 나라 중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 만약 일본이 협정 종료를 선언하면 7광구는 ‘경계 미획정 수역’으로 남게 되고 이 경우 해양주권 분쟁이 불거질 수 있다.
김순환 서민위 사무총장은 “7광구 공동개발 협정은 젊은 세대의 미래와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는 문제”라며 “만약 오는 6월에 일본이 협정 종료를 통보하고 7광구 개발권을 상실하게 되면 그 피해는 현실화된다. 당연히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