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 수립

마약범죄에 위장수사·형벌감면제 도입

2025-01-22 13:00:08 게재

치료·재활 통한 중독자 일상복귀 지원 강화 … 청소년 등 맞춤형 예방교육 개선

정부가 마약류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위장수사 기법과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를 도입하고 신고 보상금을 최대 3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단속·처벌뿐 아니라 중독자가 재활을 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전주기적 관리도 강화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와 교육과정을 도입, 중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마약류 예방교육을 강화한다.

정부는 22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제1차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마약류가 확산되고 비대면 거래 등 범죄 양상이 지능화됨에 따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강력하고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은 2만7611명으로 전년에 비해 50.1%나 늘었다. 10대와 20대 마약사범은 전체의 35.6%인 9845명에 달했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과 청년이 마약범죄의 주류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실제 마약류 사범이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대표적인 암수 범죄로 마약범죄를 꼽는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마약사범이 더 많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 다는 의미다.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열린 해외 3개국 연계 나이지리아 마약 조직 적발 및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관계자가 압수한 마약 등을 정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나이지리아에 거점을 두고 해외 3개국 마약상들과 연계해 국내에 대량의 필로폰을 밀반입한 해외 마약 총책과 국내 유통책 등 마약 사범 총 18명을 검거해 입건 및 구속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통관에 첨단기술 접목, 유입차단 = 정부는 우선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와 단속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마약 유통 관련 전담수사팀을 보강하고 텔레그램 등 해외메신저를 운영하는 IT기업들과의 공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마약류 유통망 수사를 위해 성폭력 범죄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위장수사를 마약범죄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위장수사를 도입하는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들이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등이 관련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을 발의해 계류돼 있다.

현행법은 마약류 범죄에 대해 신분위장수사 관련 규정이 없다. 경찰이나 검찰이 잠입수사에 성공해도 이에 대한 적법 여부는 법원 판결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미국·독일 등의 선진국에서는 마약류 범죄 수사를 위해 신분을 위장하는 위장수사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또 수사과정에서 조직 내부 정보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마약류 보상금을 최대 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늘리고 수사에 협조하면 형벌을 줄여주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담합이나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에만 적용되던 이 제도를 마약범죄 수사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온라인 불법거래·광고를 적발하기 위해 텔레그램·다크웹 등 1만3000개 채널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서면심의 제도를 도입해 마약류 불법정보를 신속하게 차단할 방침이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CCTV 영상분석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

국내 유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마약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유입경로별 맞춤형 검사방식을 도입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약 26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787㎏ 규모의 마약을 적발했다. 이는 2020년 148㎏이던 것에 비교해 4년 새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밀반입 가능성이 높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집중 검사하고, 화물은 수중드론·투사컨테이너 검색기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전체 밀수 시도 건수의 49.2%에 달하는 국제우편 검색을 위해 전용 세관 검사장을 설치한다.

통관검사 강화와 함께 국제공조를 강화해 국내 유입을 원천 차단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주요 마약 생산·발송국에 수사관 파견을 확대하고 인터폴을 중심으로 하는 다국적 합동작전과 정보협력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다음 달부터 의사가 프로포폴을 스스로 처방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이어 ‘셀프 처방’ 금지 약물을 확대하는 등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 되지 않도록 관리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숙식형 한걸음센터’ 설치, 중증 중독자 치료 = 마약 중독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중독관리 대상 조기 발굴, 중독 상태별 맞춤형 치료 제공, 치료보호 후 재활기관 연계 등 마약 중독자 발견부터 사회복귀까지 전주기적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중독 상태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한국형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재정지원과 적정 수준의 치료수가 보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중독치료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공동 입소시설인 ‘숙식형 한걸음센터’를 설치해 중증 중독자가 입소해 밀착관리 속에 치료부터 직업재활까지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운영 중인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을 활성화해 투약사범에 대한 치료·재활 기회를 확대하고, 보호관찰 종료나 출소 후에도 재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마약류 근절을 위한 예방기반도 강화된다. 먼저 대국민 장기캠페인을 추진하고 치료·재활에 성공한 당사자와 가족 등이 참여하는 ‘마약류 예방 서포터즈’를 운영한다. 또 초·중·고생별 눈높이에 맞도록 콘텐츠와 교육방법을 세분화해 마약 예방교육 효과를 높이고 담당 교원 연수과정도 정례화 한다. 가정 내에서도 상시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온라인 교육도 지원한다.

외국인에 대해선 유학·취업 비자 심사요건에 온라인 예방교육 이수를 추가할 예정이다.

◆미성년자는 초기부터 국가 개입 = 정부는 청년층과 마약 경험자 등 취약 대상 맞춤형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의료용 마약류 처방기준을 마련해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미성년 투약사범은 치료보호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초기부터 국가가 강력하게 개입할 방침이다.

마약범죄 재범 방지를 위해 마약류 수용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1대1 상담교육과 처우상 불이익 등을 통해 교정시설 내 마약 범죄 학습 행위를 차단하고, 마약류가 반입되지 않도록 탐지장비도 도입한다.

마약 범죄에 연루된 외국인에 대해선 입국금지 기간을 늘리는 등 재입국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병영 내 마약 투약을 막기 위해 병영·입영판정검사시 선제적으로 마약류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기본계획을 토대로 올해 세부 시행계획을 신속히 수립해 이행해나갈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제기되는 의견들을 수렴해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풍·구본홍·박소원·김규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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