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배송 사칭’ 보이스피싱 급증

2025-01-22 13:00:22 게재

경찰청 접수 건수, 1년새 75배 증가

카드사 사칭 원격제어 앱 설치 유도

신청하지 않은 실물 카드가 배송됐다면 신종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의심해야 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23년 주춤하던 전화금융사기 피해가 2024년부터 다시 증가한 것으로 확인돼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검찰청·금융감독원 등 기관사칭형 수법은 상대적으로 보유재산이 적은 청년층에서 보유재산이 많은 장년·고령층으로 범행 대상이 변화했다. 또 피해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카드 배송원’ 사칭 시나리오가 등장하면서 발생 건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피해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가 접수한 ‘카드 배송 사칭’ 관련 신고는 지난해 11월 한달간 6619건으로 2023년 11월(88건)보다 75배 급증했다.

범죄조직은 카드 배송원이나 우체국 집배원을 사칭해 전화를 거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실물 카드를 우편함에 배송하거나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시도한 사례도 확인된다. 피해자가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하면 범인은 ‘명의도용 피해가 우려된다’며 가짜 카드회사 고객센터 번호를 알려주고 전화를 하도록 권유한다.

이어 가짜 카드사 고객센터 상담원은 명의도용 확인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앱 설치를 유도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를 통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마음대로 조작해 악성 앱을 설치하고, 전화 관련 모든 정보와 기능을 탈취한다.

이후에는 금융감독원 및 검찰 사칭범이 등장한다. 유출된 개인정보로 대포통장이 개설돼 범행에 이용됐으니 자금 검수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식이다.

피해자가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면 위조한 문서들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당신의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 구속수사 없이 약식수사를 받을 기회를 부여해주면서 도와주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하느냐.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라’고 호통치거나 위로하는 등 소위 ‘가스라이팅’을 한다.

이후 검수를 진행해야 하니 현금을 인출하라고 유도한다.

범죄 조직은 피해 예방활동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은행과 통신사는 물론 경찰까지 범죄에 연루돼있어 절대로 자금조사에 대해 말하면 안 된다. 이를 발설하면 가족까지 구속시키겠다”라고 협박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은행 지점별 직원의 이름과 직급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문진을 하는지를 보고하도록 해 상대적으로 인출이 수월한 지점을 파악한 후 다음 범행에 활용하기도 한다.

경찰청은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발급됐다는 연락은 모두 가짜”라며 “실제 카드를 신청하면 카드사는 공식 채널 및 대표번호로 배송 관련 알림톡이나 문자를 발송하고, 실시간 배송정보 조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발급됐다는 연락을 받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112로 신고하면 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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