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훈 변호사와 함께하는 법과 생활③

상속세 개정, 공제기준·과표구간 조정부터

2025-01-22 19:21:04 게재
법률사무소 강변 대표변호사 강병훈
법률사무소 강변 대표변호사 강병훈

지난해 정부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속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25년만의 상속세법 개정이라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

개정안은 △상속세 최고 과표구간을 기존 30억 원 초과에서 10억 원 초과로 낮추고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며 △최대주주의 지분에 대한 20% 할증과세 제도를 폐지하고 △자녀 1인당 공제를 현행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0일 본회의를 열고 재석 281명 중 찬성 98명, 반대 180명, 기권 3명으로 개정안을 부결했다.

‘부자 감세’ 논란의 벽을 넘지 못한 때문이다. 특히 개정안 중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 문제는 ‘부자 감세’ 논란의 핵심이었다. 개정을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물가와 국민 소득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25년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속세 공제기준과 과표구간 변화도 물거품이 됐다. 이로 인해 상당수 중산층도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도 계속된다.

상속세 공제기준이나 과표구간 조정은 ‘부자 감세’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안인 만큼 현실에 맞게 우선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해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개정을 다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유산세 방식은 상속재산 전체에 대해 과세하는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실제로 물려받은 재산에 따라 과세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30억원의 재산을 자녀 3명이 상속받는 경우, 유산세는 30억원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과세한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받는 자녀 각각 10억원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과세한다.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도입될 경우 상속세 부담이 경감될 가능성이 크다. 또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의 경제적 상황을 반영해 공정한 과세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4개국이고, 그중 20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따르고 있다. 반면, 유산세 방식을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4개국에 불과하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은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모처럼 추진한 상속세 개정이 좌초되어 아쉬움이 크다. ‘부자 감세’ 논란으로 상속세법 개정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이 다시한번 확인됐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내용을 개정하기 보다는 상속세 공제기준과 과표구간 같이 상대적으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부터 신속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반면 국민적 합의가 더 필요한 부분은 더 많은 논의와 연구를 거쳐 여유를 두고 점진적으로 개정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