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지자체 민간위탁사업은 투명한 감사가 선행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민간위탁사업 보조금은 공공재정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구현하며 산업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효율적인 보조금 예산 편성과 집행, 관리를 위해 보조금법령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공공재원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민간위탁사업의 특성상 예산사용 관리·감독 체계는 시민과 행정기관 간 신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최근 정부는 보조금 부정수급 근절을 위해 관리·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회계법인 검증 대상을 보조금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확대했으며, △행정안전부는 지방보조금법(2021년 1월 제정)으로 검증대상을 동일하게 확대하는 법률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기조와 달리 서울시는 2025년부터 민간위탁사업의 회계감사를 ‘간이한 검사’로 완화하는 조례를 개정했다. 이로 인해 약 1조원이 투입되는 350여 민간위탁사업의 관리·사용 투명성이 약화될 위험소지가 있다.
회계감사는 단순 지출 증빙 확인을 넘어 서류구비의 완전성, 증빙서류 확인, 계약 절차, 사업계획과의 연관성, 집행 기준 등을 검토해 지출이 사업 목적에 맞게 사용되었는지 부정사용은 없는지를 확인한다.
반면 ‘간이한 검사’는 지출 내역을 표면적으로만 확인하기 때문에 목적 외 사용 허위거래 증빙위조 등 부정행위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기에 부족하다. 이는 세금이 투명하게 사용·집행되었는지 명확히 확인하지 못해 세금 낭비 방지에 한계가 있다.
서울시의회 ‘간이한 검사’ 도입의 문제점
‘간이한 검사’ 도입은 부정사용에 대한 검증 강화보다는 비용과 편의성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세무사회의 논리는 두가지다. 첫째, 세무사는 장부기장과 세무신고 경험이 풍부해 지출증빙을 확인하는 ‘간이한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감사는 전문지식 외에도 윤리의식과 ‘감사품질관리기준’ 준수가 필수다. 단순 세무지식이나 장부기장으로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는 없다. 특히 세무사의 세무신고는 ‘대리’ 업무로 책임을 부담하지 않지만 공인회계사의 감사는 책임이 수반된다.
둘째, 민간위탁사업의 비용 절반 이상이 인건비로 비용구조가 단순하니 검증비용이 저렴한 ‘간이한 검사’가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감사는 인건비 지급 확인을 넘어 고용절차, 인원의 실재성, 수당의 적정성 등을 검증하며 이는 단순 확인과 다르다. 인건비가 비용의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간이한 검사’를 해도 된다는 주장은 감사절차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주장이다.
세무사의 검증업무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에서 지속 논의되어 왔다. 2021년 보조금법 개정안 논의 시 기재부는 “세무사는 검증 업무 수행의 법적 권한이 없다”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국회 기획재정위 검토보고).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는 단순 지출 확인을 넘어 사업비 집행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며, 이는 부정사용 예방과 투명성 제고에 기여한다.
대법원 판례(2022추5125 조례안재의결무효확인)는 서울시의회의 ‘간이한 검사’ 조례를 인정하며 “지방의회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수탁기관 사업비 집행 관리·감독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사항을 조례로 정할 수 있다는 논리에 기초한 판례일 뿐 서울시 공공재정 투명성에 관하여 판단한 것은 아니다.
시민 세금 관리에 투명성 강화 필요
서울시의회는 시민 세금을 관리하고 공공재정의 투명성을 강화할 책임이 있다. 조례개정을 통해 회계감사를 도입함으로써 시민 신뢰를 확보하고 공공재정 운영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서울시는 조례개정을 통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모범이 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번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 조례개정은 단순한 행정 변화가 아니라 서울시 재정 관리 체계의 구조적 개혁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세금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용, 행정 신뢰도 향상, 공공서비스 질 개선에 기여할 것이다. 성공적인 회계감사 도입은 단기 정책을 넘어 시민과 행정 간 신뢰를 강화하고 지방자치의 새로운 표준을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지방자치와 공공행정 미래를 열어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