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선 방어 총력전…석유최고가격 인하·공공요금 동결
비상경제본부 회의 … ‘포스트 중동전쟁’ 대비 경제정책 정상화 시동
1조원 ‘민생백신’으로 경기 회복 불씨 … 역대 최대 농축수산물 할인
중동전쟁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대외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 위기’와 고용둔화 압박을 견뎌온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전쟁 이후’ 체제로 전환한다.
정부는 그동안 시행해 온 비상대응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동시에 총 1조원 규모의 대규모 재정을 전격 투입해 민생경제 안정을 도모한다. 아울러 교육재정 개편 등 경제 재도약을 위한 선제적 구조혁신에 착수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차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를 주재했다. 이번 회의는 중동전쟁 종전 이후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하반기 물가 안정과 첨단 산업 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대책을 확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제 정상화 준비할 때” = 이날 회의를 시작하며 구 부총리는 “중동전쟁 종전 MOU 체결 이후 대외 불확실성은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전반적인 거시경제 환경의 긍정적 변화를 짚었다. 특히 전쟁 여파로 폭등했던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지난 5월 리터당 2006.1원까지 치솟았던 국내 경유 평균가격이 25일 기준 1998.4원을 기록하며 2개월 만에 2000원선 밑으로 내려앉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 부총리는 여전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종전 MOU 이후 진행되는 후속협상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고, 그간 누적된 고물가·고환율·고금리와 고용 둔화 등으로 민생현장의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생경제의 조속한 안정과 회복에 가용한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전쟁 이후의 경제 정상화와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현재 가동 중인 비상대응 조치들은 시장 상황에 맞춰 연착륙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갈 방침이다.
◆7차 석유 최고가격 인하 = 정부의 하반기 최우선 과제는 서민 체감물가 안정이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필수 생계비 부담 완화,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지원 등에 총 1조원의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 가용한 예산과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드시 3% 이내로 묶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첫 번째 카드는 기름값 안정화다. 정부는 중동전쟁의 남은 불확실성을 감안해 이번 주까지는 ‘6차 최고가격’을 유지했으나, 새로 지정할 ‘7차 석유 최고가격’은 국제유가 하락세와 민생 부담, 국가 재정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현행 수준보다 낮추기로 확정했다. 7차 석유 최고가격제에는 리터당 100원이상 하향 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리터당 2000원대에 육박하는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19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하된 7차 최고가격은 국내 석유류 소비자가격이 완전히 안정을 찾을 때까지 유지된다.
서민들의 밥상물가 안정을 위한 파격적인 먹거리 대책도 나온다. 정부는 7~8월 두 달간 역대 최대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 행사를 추진한다. 명절 이상으로 농축수산물 지원 대상 품목 전체에 대한 전방위적 할인을 지원해 장바구니 부담을 대폭 낮춘다.
특히 가격불안을 겪고 있는 필수 신선식품은 정부가 직접 수입 전면에 나선다. 밥상 위의 대표적 단백질 공급원인 계란 가격안정을 위해 신선란 수입 물량을 기존 대비 6배 이상 대폭 확대, 총 2억개를 추가로 들여온다.
서민 선호도가 높은 고등어 수급을 위해 오는 7월 중 정부 특사단을 해외 현지로 파견한다. 특사단을 통해 노르웨이산 고등어 2000톤을 정부가 직수입한 뒤, 시장에 저가로 신속하게 공급해 수산물 물가 안정을 꾀할 계획이다.
◆공공요금 하반기 동결 = 서민 가계의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한 필수 생계비 경감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국민 생활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주요 공공요금을 올해 하반기에도 전면 동결하기로 했다. 서민들의 차량과 난방용으로 쓰이는 LPG 부탄에 대한 판매부과금 역시 서민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전액 면제한다.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겨울철 버팀목도 보강된다. 정부는 등유나 LPG를 주로 사용하는 에너지바우처 수급 가구를 대상으로, 현재 지급되고 있는 기존 바우처 외에 추가로 14만7000원의 지원금을 더 얹어주기로 했다. 지원 가구는 2026년 10월부터 2027년 5월까지 해당 추가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어 저소득층의 난방비 시름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교통비 부담 완화와 자영업자 안전망 강화 조치도 시행된다. 장애인과 유공자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대상을 대폭 확대해 이동권 편의를 높인다. 아울러 오랜 기간 지속된 고유가 정국으로 고통받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정부 정책자금인 ‘소상공인 희망Dream’ 대출 공급 규모를 기존 1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2배로 늘려 영세 자영업자들의 자금 경색을 막고 경영 회복을 적극 돕는다.
◆신산업 패러다임 전환 선제 대응 = 정부는 눈앞의 물가 안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공지능(AI) 확산과 녹색 대전환(그린 트랜스포메이션) 등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고용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장기 포석도 마련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런 내용의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도 확정했다.
정부는 먼저 산업구조가 급격히 재편되는 과정에서 타격을 입는 업종과 지역의 고용영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체계적 일자리 분석 시스템’을 조기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직면하게 될 ‘석탄발전소 폐쇄’ 등 급격한 산업전환 충격이 집중되는 특정지역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환 특별지구’로 선제 지정해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재취업 훈련 등 종합적인 행정·재정적 보호 조치를 두텁게 제공할 방침이다.
새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형 인재 양성 체계도 대대적으로 정비된다. 기존 산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와 직업 전환, 노동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청년 구직자들 모두가 새로운 산업 생태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AI와 녹색기술 분야에 특화된 고도화된 직업훈련 프로그램 체계를 도입한다.
특히 대한민국 미래성장의 열쇠를 쥔 청년층에 역량을 집중한다. 첨단 미래 부문에 특화된 집중교육 체계를 가동, 올해 하반기 중에만 AI 전문인력 1000명을 신속하게 양성해 낼 계획이다. 단순히 교육 수료에 그치지 않고, 맞춤형 취업 및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청년들이 고부가 가치 일자리를 적기에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청년 세대가 인공지능 전환(AX)과 녹색 전환(GX)이 이끄는 대전환 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