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트럼프발 IP 폭풍에 대비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왔다. 미국 이익에 반하는 모든 것과 대결할 스트롱맨으로 진용도 갖췄다. 전세계에 몰아칠 ‘마가(MAGA)’ 폭풍의 예열을 마친 셈이다. 산업발전과 기업활동의 원동력이 되는 지식재산(IP) 분야도 미국중심 기조 아래 추진될 전망이다. 기술패권 경쟁에서 미국기업에 유리한 IP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다.
지식재산연구원은 “트럼프 2기는 미국기업에 유리한 특허관련 입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표 법안은 특허적격성복원법(PER Act), 혁신리더십촉진존중법(PREVAIL ACT), 과학 및 기술기회 실현법(RESTORE Act) 등이다. 모두 특허권 확보를 용이하게 하고 특허권자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해 법안 통과도 무난할 전망이다.
PREVAIL ACT는 특허심판 청구요건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특허심판에서 심판청구인에게 기소요건을 새로이 부과해 특허무효화를 위한 입증책임 수준을 매우 높였다. 특히 연방지방법원이나 국제무역위원회에서도 특허를 쉽게 무효화할 수 없도록 했다. RESTORE Act는 특허권자에게 반박 가능한 영구적인 가처분 명령을 부여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소송과 라이선스(사용권) 협상에서 특허권자 입지가 상당히 강화된다.
이런 법이 미국기업과 특허괴물(NPE)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걱정이다. 국내기업 첨단기술은 NPE의 목표가 된 지 오래다. 이들은 핵심기술을 사들인 후 관련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에게 소송을 걸어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기업을 상대로 한 NPE 특허침해 소송은 총 351건이다. 이 중 230건(65.5%)이 소 취하로 종결됐다. NPE가 마구잡이식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기업은 머리를 맞대고 트럼프발 IP 폭풍에 대비해야 한다. 법과 제도의 허점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국가핵심기술을 지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특허심판 선진화법’과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등 법안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특허심판 선진화법은 해외 NPE로부터 국내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국가전략기술특허심판에 한해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 제도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발의됐다.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는 기술침해 소송에서 증거확보를 용이하도록 법원이 전문가를 지정해 자료를 수집하고 증거자료 보전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부처 이기주의로 제도도입이 무산된 적이 있다.
기업들은 기업별 IP전략을 치밀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IP 이전부터 협력, 매각까지 다양한 방안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살아남는 자가 승자다.
김형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