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아”
23일 신년회견…“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실용 강조
공정성장 · 미래투자 · 통상강화 등 사실상 대선행보 선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면서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극복과 성장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활동 걸림돌 제거·자본시장 선진화·집중적인 미래투자 등으로 공정성장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정권의 실정과 친위 쿠데타로 너무 많은 것이 파괴돼 회복과 성장이 가장 다급하고 중대한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을 놓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실용주의 민생정책’으로 사실상 대선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무도한 폭력에 맨손으로 맞서 역사의 퇴행을 막았지만 내란의 그림자는 아직 걷히지 않았다”면서 “민주공화국의 최고규범 헌법이 정한 바에 따라 내란과 소요를 끝내고 희망의 새 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인용될 것을 가정한 ‘탄핵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질서와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성장의 기회·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을 강조했다.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 주도 정부 지원’ 시대로 전환하고, 첨단분야에 대한 네거티브규제 전환을 들었다. 주식 등 자본시장 선진화와 인공지능·로봇·바이오 등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정부 출범에 따른 전략적 경제파트너십 강화가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수출기업 불이익 최소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 극단화·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정성장을 위해 ‘현실적 실용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면서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20일 당 대표실의 배경막을 ‘회복과 성장 다시 大(대)한민국’으로 바꿨다. 윤석열정부의 대표 슬로건인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와 유사하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썼던 구호면 어떠한가. 좋은 구호면 쓰면 된다”라며 “말이 오염되지 않게 만드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신의 대표적 사회경제정책인 기본사회 개념의 유보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사회는 역사적 흐름이 되겠지만 국민의 삶이 어렵고 경제토대가 훼손된 상황에서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구속 이후 정당 지지율이 하락한 것과 관련해선 민주당에 대한 책임과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구속되고 탄핵심판이 이뤄지면서 국민들은 민주당에 대해 더 큰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더 겸허하게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비명계 인사들의 일극체제 비판 등에 대해선 “정당 안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민주주의 실종 등의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이명환·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