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불안정한 금융시장…규모별 양극화 심화 우려
금리 변동·고환율 등에 따른 자기매매 위험관리 강화 필요
자산운용시장, 상품 유형별 차별화 … 공모펀드 상장 주목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불안정한 금융시장과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실적 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자산운용시장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상품 유형별로 차별화된 양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상반기 중 가시화 될 공모펀드의 한국거래소 상장도 주목된다.
◆수익 변동성 확대 전망 = 자본시장연구원이 22일 여의도 금융투자센터 불스홀에서 개최한 ‘2025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2024년 하반기 증시 부진에도 증권업 수익은 증가했고 올해는 증시 개선 전망으로 수익성 증가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불안정한 금융시장은 다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작년 증권업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전년과 유사한 6.7%를 기록했으며, 자기매매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수익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증권업계 실적이 전년 대비 더 좋아질 전망이다. 부문별로 보면 위탁매매는 해외 주식투자 증가와 국내 주식시장의 개선이 예상됨에 따라 위탁매매 수익의 개선이 기대된다. 자기매매의 경우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발행 위축과 고환율 및 금리 불안정성의 요인으로 자기매매 수익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IB)부문은 부동산 PF 채무보증 부실은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경기회복 기대로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또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및 사모펀드, 퇴직연금 등이 최근 수요 증가세를 꾸준히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고환율 및 금리 변동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융산업 정책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 수익의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 우려된다.
이 실장은 “개인들의 해외 주식투자 확대로 해외 위탁매매와 관련한 금융투자상품 영업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증권사들은 금리 변동성과 고환율 등 자기매매 부문의 위험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극심했던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수익성 격차가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해외 시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수익 마진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실장은 올해 증권업계 주요 이슈로 △트럼프 금융산업 정책의 방향과 전망(S) △해외 주식투자·금리 변동성과 고환율(N), △인공지능 규율 도입(A) △증권업의 기업금융 서비스 강화(K) △환경변화(E)를 꼽았다.
먼저 볼커롤 및 바젤규제 완화, M&A 심사기준 완화, 가상자산 육성 등 트럼프의 금융산업 정책은 전 세계 금융산업의 확장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자본규제 체계 움직임에 반하여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상승함에 따라 이슈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 개인들의 해외 주식투자 확대로 증권사들은 해외 위탁매매와 관련한 금융투자상품 영업전략이 중요해지고, 금리 변동성과 고환율 등에 따른 자기매매 부문의 위험관리 강화가 필요해 졌다.
아울러 인공지능의 규율 도입과 금융투자업의 대응 방향도 중요해졌다. 이 실장은 “인공지능 관련 규율 체계가 확립됨에 따라 증권사들의 인공지능(AI) 관련 인재 채용과 기술 투자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기업금융도 강화해야 한다.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 M&A 시장 성장 등에 따른 기업 자문을 기반으로 한 기업금융의 강화와 BDC 도입 등의 정책 도입 시 증권업의 모험자본 중개 역할이 요구될 전망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환경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환경규제 완화 정책 추진 시 글로벌 ESG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가가 예상되는데 이는 증권사의 ESG 관련 서비스 개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도 국내 상품 전망 부정적 = 이날 ‘2025년 자산운용산업 전망 및 주요 이슈’를 발표한 권민경 펀드·연금실장에 따르면 지난해 펀드시장은 ETF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공모펀드 시장은 25.9%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자산운용사의 투자일임 시장도 10.9%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사모펀드 시장은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6.1%)을 기록했다. 권 실장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 이전에 공모펀드가 사모펀드를 재역전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파른 공모펀드 성장에도 자산운용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크게 늘지 않았다. 저비용 상품 비중 확대로 운용사의 수수료수익은 크게 늘지 않은 것이다. 비용 통제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 지표는 소폭 개선에 머물렀다.
올해는 상품 유형별 차별화된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TF와 해외주식 및 국내외 채권 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반면 국내 주식 및 국내외 부동산 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자산운용업계의 주요 이슈는 △ETF 수요 구조 이원화와 △공모부동산펀드시장 침체 △공모 해외투자펀드 시장 등과 같은 시장 이슈와 함께 △상장 공모펀드 출시 △AI 기반 맞춤형 자산관리 본격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개선 △기금형퇴직연금 도입 논의 재개 등의 제도 이슈가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