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서 유럽 경제 비관론 팽배

2025-01-24 13:00:25 게재

ECB 라가르드 총재 “존폐 위기 몰려”

EU 폰데어라이엔 “많은 것들 위태로워”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중인 세계경제포럼에서 유럽경제 비관론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트럼프정부의 탈규제, 세금감면 계획으로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미국기업 CEO들은 열광하고 있다. 동시에 S&P500 지수 등 증시도 신고가를 경신할 태세”라며 “반면 유럽 분위기는 훨씬 어둡다. 미국의 한 대형은행 CEO는 ‘유럽 비관론이 절정에 달했다’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도 22일(현지시각) “유럽이 존재론적 위기(existential crisis)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 패널토론에 참석해 “유럽은 엄청난 공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거대 플레이어(미국)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그동안 협력했던 국가들과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22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중인 세계경제포럼의 한 패널토론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유럽 한 대형 국부펀드 대표는 “현재 상황은 미국에 진짜 유리하게, 유럽에는 너무 부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합의사항”이라며 “사람들은 독일과 프랑스의 리더십 공백, 유럽대륙을 휩쓰는 극우의 약진, AI 등 첨단기술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문제는 유럽을 결집시킬 만큼 위기감이 충분한가인데,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웰링턴 매니지먼트’ 거시전략가 마이크 메데이로스는 “미국기업들은 물론 소비자들의 야성(animal spirits)이 크게 고양됐다. 이는 미국 총수요 측면에서 매우 좋은 상황”이라며 “반면 유럽의 수요 성장세는 이미 비관적으로 나온 전망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세금감면으로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프랑스와 영국 등 공공재정에 압박을 받는 유럽 국가들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노보 노디스크 재단의 투자기업 ‘노보홀딩스’ CEO 카심 쿠타이는 “유럽에서 국채발행 문제는 진짜 중요하다. 영국에서 약 2주 전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이 있었다. 이는 정부를 구속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U위원회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세계경제포럼에서 “EU와 미국은 무역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협상해야 한다”며 “양 대륙의 무역규모는 1조5000억유로에 달하고 상호 투자액도 많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위태로워졌다”고 말했다.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인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도 “유럽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 등에서 회복탄력성을 보였다”며 “하지만 글로벌 무역체계가 더욱 분절화되면 EU는 매우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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