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MBK 측에 손 내밀어 “회사 발전위해 갈등 멈춰야할 때”
“MBK에게 이사회 전향적 개방 가능” 제안
MBK측 “순환출자 먼저 원상복구해야” 반박
고려아연측이 경영권 갈등을 빚어온 MBK 파트너스(MBK)측에 화해의 손을 먼저 내밀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개월여간 다툼을 이어온 MBK 측에 대화와 타협을 제안했다. 기자회견에는 박 사장을 비롯 이재중 부회장, 신봉철 노동조합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박 사장은 “고려아연 이사회를 MBK에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이사 중 일부를 MBK 측이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해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MBK와 현 경영진이 고려아연의 발전을 토대로 협력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MBK가 원한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지난해 9월 13일 기습적인 공개매수와 함께 시작된 적대적 M&A는 고려아연과 계열사의 모든 임직원뿐만 아니라 그 가족 그리고 협력사와 고객사분들께 큰 불안감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아니 일상이라는 삶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그 누구 하나의 소유물이 아니다”며 “국가 기간산업이자 2차전지, 소재를 포함한 대한민국 미래 전략산업에서 흔들림없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주주가 힘을 모으고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소중한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이제 소모적인 갈등을 멈추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MBK는 자금력이 우수한 사모펀드로, 앞으로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트로이카 사업의 자금조달 방법 중 사모투자펀드(PE 펀드)의 자금을 활용하는 것도 옵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MBK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는데 분쟁 장기화의 걱정이 있다. 저희는 (분쟁의) 장기화를 원하지 않는다. 이건 소모전”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를 통해 임시주총 하루 전 영풍 지분을 취득한 것과 관련 “상대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위법, 불법, 탈법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MBK 측이 공정거래법 36조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향후 저희를 고발하겠다면 그 부분은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MC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 “주식회사”라며 “공정거래법상 외국 회사와 상법상 외국 회사에 대한 적용 여부는 별개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MBK 관계자는 이날 고려아연의 ‘대타협’ 제안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어제 했던 불법적인 임시주주총회와 탈법적인 순환출자를 먼저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K측은 이날 고려아연측 기자회견 전 밝힌 입장문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만들어낸 순환출자는 명백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임이 드러났다”며 “고려아연과 이를 주도한 최 회장과 박기덕 사장 등은 공정거래법 제22조, 제36조,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42조 제4호 또는 6호를 위반했다. 최 회장과 박 사장 등을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고려아연은 23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순환출자 카드를 활용해 영풍의 의결권(25%)을 제한함으로써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9명 중 최 회장 측 이사가 18명을 차지했고, 영풍·MBK 측 이사는 장형진 영풍 고문 1명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