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미 여객기에 한국계 2명 탑승
13세·16세 피겨 스케이트 유망주들 … 착륙중 군용헬기와 충돌 67명 전원 사망
미 CBS방송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 스케이팅클럽’의 더그 저그히베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을 열고 클럽 소속 선수인 지나 한(13)과 스펜서 레인(16)이 여객기에 탑승했다 참변을 당했다고 밝혔다. 두 선수는 모두 모친과 함께 여객기에 타고 있었다고 한다.
레인의 아버지인 더글러스 레인은 아들을 한국에서 입양했다고 NBC뉴스 계열사인 ‘뉴스12’에 밝혔다.
레인은 로드아일랜드주 배링턴에 거주했으며, 2023년에는 피겨 선수 생활에 집중하기 위해 학교도 그만둔 것으로 파악됐다. 저그히베 이사는 “레인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며 스포츠계의 정상으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역시 한국계로 알려진 한은 매사추세츠주 맨스필드에 살던 피겨 유망주였다. 저그히베 이사는 “지나는 훌륭한 연기자이자 선수이고 빙상 밖에서는 훌륭한 아이”라며 “우리는 그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994년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 챔피언 출신으로 이들의 코치인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러시아)도 같은 여객기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캔자스주 위치토 시(사고기의 출발지)에서 열린 미국 피겨 선수권 대회와 연계해 진행된 전국 유망주 대상 훈련 캠프 참가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이었다고 CBS는 전했다.
로이터 통신, 러시아 국영 언론, 미국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에는 약 20명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와 코치 등이 탑승해 있었다. 이는 전체 탑승객(승무원 포함 64명)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와 관련,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존 마라비야는 러시아 국영통신 RIA노보스티에 “부모나 코치를 빼고 약 14명의 선수가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는 오후 8시53분께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 항공의 여객기가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고 접근하던 중 상공에서 비행 훈련 중이던 미국 육군의 블랙호크(시코르스키 H-60) 헬기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두 항공기 모두 근처 포토맥강에 추락했고, 30일 미 구조당국은 두 항공기 탑승자 67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정한 비극”이라며 “생존자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나 소중한 영혼을 갑작스럽게 빼앗긴 모든 사람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현장에는 워싱턴DC는 물론이며 인근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의 경찰·소방 당국, 국방부, 육군, 해안경비대, 연방수사국(FBI),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등 관련 기관이 출동해 밤새 구조 활동을 했다. 여객기는 동체가 3조각 난 채로 허리 깊이의 강물에 떨어졌으며, 주변에서는 헬기 잔해도 발견됐다.
사고 당시를 촬영한 영상에는 착륙하려고 저고도로 비행하던 여객기를 향해 헬기가 다가가 충돌하면서 화염이 발생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AP통신에 따르면 공항 관제사가 헬기에 여객기와의 충돌을 주의하라고 무전으로 경고했으나 그 직후에 사고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는 (여객기를 피하기 위해) 수백만 가지의 다른 기동을 할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냥 그대로 갔다”면서 “그들(헬기와 여객기)은 같은 고도에 있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군용 헬기가 정기 훈련을 하던 중 “비극적으로 실수가 있었다”면서 “어떤 종류의 고도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NTSB는 이날 브리핑에서 여객기 블랙박스를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NTSB는 30일 내로 조사 결과에 대해 예비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사고 당시 로널드 레이건 공항 관제탑의 근무 인력 상황이 “시간과 교통량에 비해 정상이 아니었다”고 평가한 연방항공청(FAA)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공항 주변 헬기들을 담당했던 관제사가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에 대한 지시 업무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는 보통 관제사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하는 업무라는 것이다.
AP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2001년 11월 12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인근 주택가로 추락해 260명 전원이 사망한 이래 인명 피해가 가장 큰 항공기 사고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