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우울증 방치하면 치매 위험 2배 높아져

2025-01-31 13:00:05 게재

국내 노인층 11.3% 해당 … 인지행동·운동요법 등 통합치료 필요

우울증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치매 발병 위험이 최대 2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노인 정신건강 문제가 주요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 노인(65세 이상 )대상 조사에서 11.3%가 우울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노인 인구의 약 5%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세계보건기구의 조사 결과보다 2배 이상 높다.

코레일, 설맞이 떡국 나눔 봉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회봉사단원이 설을 8일 앞둔 21일 대전노인복지관을 방문, 떡국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코레일 사회복사단은 이날 500명분 떡국을 끓여 어르신에게 대접했다. 대전=연합뉴스

김경범 부산 봉생기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노인의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우울증은 단순한 심리적 문제를 넘어 심각한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31일 설명했다. △의욕 상실 △수면장애 △식욕 감퇴 △집중력 저하 등이 주요 증상이다.

특히 당뇨병 파킨슨병 류머티즘관절염 등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의 경우 우울증 발병 위험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 조절의 어려움과 합병증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반인 대비 우울증 발병률이 2배 이상 높았다. 파킨슨병 환자는 운동기능 저하와 도파민 부족이,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는 만성 통증과 사회적 고립감이 우울증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노인 우울증 치료에 있어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 △운동요법 △사회적 지지 체계 구축 등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과장은 “규칙적인 운동은 신체 기능 개선뿐 아니라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우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하루 30분 이상의 걷기 운동이나 정기적인 사회활동이 우울증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봉생기념병원은 75세 이상 초고령 노인을 대상으로 ‘건강한 노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우울증과 치매 예방을 위한 전문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김 과장은 “정기적인 정신건강 검진과 맞춤형 진료가 건강한 노후의 핵심”이라며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고 통합 치료를 통해 관리한다면 치매 발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울증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고 정기적인 인지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질병 예방을 넘어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노인 우울증의 조기 발견과 체계적인 통합관리가 치매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보건복지부 ‘2023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축형 노인우울척도(SGDS)를 사용하여 우울증상을 측정한 결과 전체의 11.3%가 우울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구체적인 고연령과 사회생활환경에 따라 우울증상의 심각도가 차이나 맞춤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남자 노인의 우울증상 비율은 9.7%, 여자 노인 중 우울증상이 있는 비율은 12.5%로 여자 노인의 우울증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령군별로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우울증상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69세 연령군의 우울증상은 6.7%인 반면 85~89세 연령군의 우울증상 비율은 20.8%, 90세 이상의 경우 30.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읍면동 지역별로는 동부에 거주하는 노인 중 우울증상이 있는 비율은 11.8%이었다. 읍·면부 노인은 9.7%로 동부에 거주하는 노인의 우울증상 비율이 더 높았다.

배우자 유무별로는 유배우 노인의 우울증상 비율이 8.0%, 무배우 노인의 우울증상 비율이 16.3%였다. 가구형태별로는 독거가구에 속한 노인의 16.1%, 자녀동거가구 15.0%, 부부 및 기타 가구에 속한 노인의 7.8%가 우울증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수준별 비율을 보면 무학인 경우 21.0%가 우울증상을 보였다. 초등학교 졸업자인 경우 13.8%, 중학교 졸업자 10.5%, 고등학교 졸업자 6.9%, 전문대학 이상은 6.3%의 우울증상을 보였다. 취업상태로 보면 취업 노인은 5.0%, 미취업 노인은 15.4%로 나타났다. 미취업 노인의 우울증상이 3배 가량 높았다. 가구소득별로 보면 소득이 낮은 제1오분위에 속한 노인 중 우울증상이 있는 비율은 17.7%인 반면 반면 소득이 높은 제5오분위에 속한 노인은 5.7%로 차이가 큰 것을 볼 수 있다.

활동기능 제한이 있는 노인의 우울증상 비율이 29.2%이었다. 기능 제한이 없는 노인의 우울증상 비율 7.4%에 비해 4배 이상 높았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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